베 짜기3

삼베학교 에피소드.25

by 루화


“베올이가 뻐덕하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삼실이 퍼석하다.


삼실을 이은 부분이 똑하고 금방 떨어질 정도로 건조한 날씨다.


“추우니까 말라갖고 안 되겠다. 물 좀 뿌리소.”


나는 얼른 분무기에 물을 담아와서 칙칙- 뿌려 삼실에 물을 먹인다.


“너무 많이 뿌리면 녹는다. 은은하게 물기를 먹여야 한다.”


삼실에는 풀기가 있어서 물을 너무 많이 먹이면 접착력이 강해져 실들이 서로 달라붙기 때문이다.


삼실은 자연의 재료라서 날씨와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흐르고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삼실을 섬세하게 살피며 작업해야 한다.


한마디로, 마음이 느긋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 삼베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마을어르신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삼베가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인데 저 젊은 친구가 그걸 버티고 할 수 있겠는가였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직물을 짜는 지난한 과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속도와 노동보단 편의를 추구하는 흐름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꽤 느긋한 사람이라 기꺼이 시대에 역행하며 자연의 흐름을 느끼고 싶다. 내가 삼베를 배우는 이유도 어쩌면 자연의 흐름 따라 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스승님, 날이 추우니까 베틀도 삐걱대는 것 같아요.”


“베틀도 사람의 몸과 같아서 추우면 굳는다.”


베틀이 사람의 몸과 같다고?

여태껏 베틀에 올라 직물을 짜면서 사람 몸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그러고 보니 베틀과 내가 한 몸이 되어 움직여야 직물이 짜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베틀과 내 몸이 함께 만들어내는 하모니, 그것이 바로 ‘직조’인 것이다.


나는 베틀에 올라 내 몸을 더 인식해 보기로 한다.

양 발로 페달을 하나씩 밟는 발끝을 느낀다.


바디로 내려칠 땐 힘 있게, 그러려면 손으로만 내리치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정확히는 허리.

허리를 앞 뒤로 움직이며 바디를 내려치니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직조된다.


이전에 짜인 실과 지금의 실이 딱 하고 붙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낀다.


오감이 자극된다.

삼베를 짤 땐 눈이 다섯 개여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떨어지는 실들을 두루 살펴야 하고,

베에 물을 묻힐 때마다 은근하게 풍기는 된장풀의 향을 맡고,

실을 이을 때마다 침을 발라 맛보게 되는 쌉싸름한 맛과 ‘철컥-’ 하고 실 사이에 공간이 열리는 소리,

바디를 내려칠 때마다 느껴지는 몸의 진동들.


베가 짜일 때마다 감탄하며 만져보게 되는 삼베직물의 단단한 질감까지.


베를 짠다는 건 온 감각이 열리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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