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소 중 가장 묵직하고 듬직한 식재료, ‘무’. 국물 요리에서 깊은 맛을 내거나 김치와 깍두기로 변신해 식탁을 지키는 훌륭한 조연이지만, 때로 그 익숙함에서 잠시 벗어나면 새로운 시선을 통해 식재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나니. 오늘 시도할 무의 재발견은 제철 맞은 ‘무 라페’ 되시겠다.
서양의 '래디시 라페'가 붉고 강렬하며 톡 쏘는 매운맛이 특징이라면, 한국의 '겨울 무 라페'는 순백의 맛이다. 찬 서리를 맞으며 단단하게 속이 여문 겨울 무는 특유의 아삭함과 함께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깊은 단맛이 특출나다. 이 단맛은 보통 열을 가해 얻는 익숙한 단맛과는 구별되는 생생하고 깨끗한 맛. 거기에 얇게 채 썰어 투명하게 빛나는 무의 결은, 그 자체로 식탁 위에 올려진 한 폭의 모노톤 수채화처럼 식탁 위에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
무 라페를 만들 때의 또 다른 쾌감은 과정의 심플함에 있다. 고작 몇 가지 재료로 요리일랑 뚝딱 해치워도, 그 맛을 보면 스스로 대단한 요리사라도 된 듯 신이 나는 맛. 무를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꾹 짠 상태로 만들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그리고 신선한 레몬즙과 식초의 날카로운 산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부드러운 유분, 그리고 풍미를 더해줄 요리에센스 연두만 있으면 드레싱 또한 충분하다. 무 라페에서 드레싱은 무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무가 가진 순수한 단맛과 알싸함을 돋보이게 하는 그저 조력자니까.
절였던 무에 드레싱을 더해 버무린 후 잠시 잠깐 냉장 저장했다가 차갑게 먹는 무 라페. 즐기는 방법이야 참으로 다양한데, 더 묵직한 고기 요리에 사이드로 내면 특유의 시원함과 유독 잘 어울려 페어링 천재로 등극할 수 있다. 입 안의 느끼함을 즉시 씻어내고,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는 느낌. 물론 느낌뿐만 아니라 실제로 열이 닿지 않은 무에는 천연 소화제 성분, 디아스타제(Diastase)가 들어있어 진짜로 소화를 도와준단다.
이런 무 라페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김밥'으로 만들어 먹는 것.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산미가 스며든 김과 밥은 더욱 고소하게만 느껴지고, 베어 물 때마다 가볍게 환기되는 기분이 점점 늘어간다. 맛이 또렷하게 살아있어 입맛 잃은 초겨울 밥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그 생기를 얻고자 김밥 마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려 '생기'를 가져다준다니 이게 바로 '기분까지 소화제'가 아닐는지. 겨울 무의 가장 충만한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무 라페>와 <무 라페 김밥>,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초겨울의 생기, '무 라페' 재료
무 1/5개 (200g)
깻잎 4장 (8g)
소금 0.5스푼 (5g)
요리에센스 연두순 3스푼 (30g)
식초 6스푼 (60g)
올리브유 3스푼 (30g)
레몬즙 2스푼 (20g)
무 라페 김밥 재료
밥 1 공기 (20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 (10g)
깨 1스푼 (5g)
참기름 1/2스푼 (5g)
김 2장 (4g)
✅초겨울의 생기, '무 라페' 만들기
1. 무는 깨끗하게 씻고 껍질을 벗긴 후 0.2cm 두께로 채 썰거나 채칼을 사용해 썰어요. 깻잎도 0.2cm 두께로 가늘게 채 썰어요.
2. 채 썬 무에 소금을 넣고 가볍게 섞고 10~15분 정도 그대로 절여요. 무에서 나온 물은 꽉 짜서 물기를 빼요.
3. 물기를 뺀 무와 깻잎, 양념 재료(연두순, 식초, 올리브유, 레몬즙)를 넣어 골고루 버무리고 밀폐용기에 담아 1시간 이상 냉장보관하면 완성!
TIP) 완성한 무 라페는 반찬, 사이드로도 좋고, 샌드위치, 비빔밥, 김밥 등의 속 재료로 활용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