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다 치르고 나면 꼭 눈에 띄는, 집 안 어딘가에 굴러다니는 것들. 반쯤 비워진 과자 상자나 알록달록한 색깔의 보자기,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스팸, 참치 통조림 같은 것이다. 통조림이란 특히나 “언젠가 먹겠지” 기약 없는 말과 함께 찬장 깊숙이 들어가 버리면 까먹기가 아주 일쑤인 데다, 되돌리기도 어려워지고 마는 까다로운 녀석들인지라 그 째로 당근행으로 할까, 뜯어 요리행으로 할까, 잠시 잠깐 고민했다가 선물해 준 고마운 마음을 받아 더 고마운 밥도둑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거창한 재료도 긴 조리 과정도 다 필요없는 밥도둑. 이보다 고마운 요리가 또 있을까. 유독 쌓여있는 참치 캔을 보면서도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5분이면 딱 만드는 심플한 조리법의 <참치장> 덕분이다. 통조림 뚜껑을 여는 순간 이미 절반은 끝난 셈. 참치캔의 기름을 빼고, 마늘은 찹찹 다지고,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놓으면 이제 양념만 남는다.
간장, 참기름, 깨, 후추 같이 집에 늘 있는 재료들 한데 모아 섞어주면, 익숙한 재료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모여든다. 불도 필요 없고 칼질도 최소한. 명절 음식에 지친 손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참 기특한 요리다. 매콤하고 알싸한 버전이 필요하다면 간장 대신 요리에센스 연두 청양초와 고춧가루를 취향껏 더해주면 또 된다. 능글맞은 기름맛과 유독 멀어지고픈 명절 전후로 딱 들어맞는 매콤이도 금방 짜잔.
김이 나는 밥 위에 촉촉한 참치장을 얹으면, 숟가락 머뭇거릴 틈 없이 식사에도 속도가 붙는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밥알 사이로 스며들고,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느끼함을 딱 잡아준다. 한 숟갈, 또 한 숟갈. 분명 초간단한 조합인데 밥은 이상하리만큼 빨리 줄어들고 만다.
오늘은 밥에 얹어 먹고, 내일은 생김에 싸 먹고, 또 다른 날에는 남은 채소 위에 살짝 올려도 먹어야지. “뭘 먹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를 줄여주니 또 기특할 수밖에. 한 번에 여러 세트를 만들어 뒀다가 꺼내먹어도 좋고,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뚝딱 차려도 좋으니, 식단에 채워 넣을 총알이 사라졌을 때마다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 준다.
특별하지 않은 재료를 내 스타일대로 바꿔 즐기는 것이야 말로 집밥 요리의 마력이 아닐는지. 늘 거창할 필요가 없는 심플한 식탁에서 명절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충분히 맛있는 식사를 해냈다! 이토록 간단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또 일용할 양식을 해내고 나니 내일은 무얼 해볼까 기대되는 저녁이 찾아온다. 2가지 맛 <참치장>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굴러다니는 밥도둑, '참치장' 재료
주재료
참치 통조림 1캔 (150g)
다진 마늘 1스푼 (10g)
청양고추 1개 (10g)
기본맛 양념
진간장 골드 1스푼 (10g)
참기름 1스푼 (10g)
깨 1/2스푼 (2.5g)
후추 약간
매콤맛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 청양초 1스푼 (10g)
고춧가루 1스푼 (5g)
참기름 1스푼 (10g)
깨 1/2스푼 (2.5g)
후추 약간
✅굴러다니는 밥도둑, '참치장' 만들기
1. 참치 통조림 속 기름은 최대한 따라버리고 청양고추는 얇게 송송 잘라요.
2. 참치에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양념재료를 모두 넣고 골고루 섞으면 완성!
TIP 1) 기본맛, 매콤맛 취향에 따라 골라 만들어요.
TIP 2) 밥 위에 얹어먹어도 좋고, 덮밥, 비빔밥, 주먹밥 등으로 활용하거나 크래커 위에 올려먹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