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 황태포를 슬쩍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명절이 끝나면 차례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 맛이 좋았다. 차례 음식 만드는 내내 줄줄 고소한 냄새가 집 안에 진동하니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던 꼬맹이 시절, 엄마는 항상 내 손을 툭 쳐내고는 조상님들 먼저 잡숫고 먹어라 했다. 복 달아날라.
아침 일찍 제 올리고 나면 윗머리 깎아놓은 과일이며, 쳐 놓은 밤, 한과나 약과 같은 것들 모두 내 차지였는데, 그중 제일 좋아했던 건 씹기 좋은 황태포였다. 국에 넣는다며 사놓은 황태채는 간식으로 꺼내주는 법이 없던 엄마가 그 널찍한 포는 뜯기 제법 귀찮았는지, 좋아하는 너 먹으라며 온전히 내주었다. 고추장 쪼끔- 덜고 참기름 쪽- 따른 종지와 함께.
겨우내 바람 잘 드는 덕장에서 말린 황태. 그 짭조름한 것이 보통은 술안주라는 것도 모르고, 작은 손으로 가시와 껍질 야무지게 발라 장에 콕콕 찍어 먹으면, 곧바로 어린 얼굴이 땡땡 붓도록 짰다. 그래도 그 맛이 좋았다. 감칠맛이 고루 올라오는 짭짤함에 질겅질겅 한 식감도 좋아, 다 뜯어먹고 나면 너덜너덜 결국 누더기가 된 황태. 마지막엔 마당서 놀던 누렁이 차지였던 황태.
이번 명절에도 시댁과 친정을 돌며 차례상에 올렸던 황태포들을 슬쩍(?)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한국의 온갖 관혼상제에 쓰이는 필수 생선이지만, 더 이상 한국의 바다에선 포획할 수 없다는 명태를 말린 황태.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먹태 등등 이름도 용도도 가지각색, 철이나 가공법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래, 그래도 명절이니만큼 분명 좋은 놈(?)으로 골라두셨을 양가 어른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냅다 우리 집으로 가자했다.
그냥 뜯어먹기만 해도 맛있었던 어릴 때와는 달리, 술 한잔 걸치는 즐거움을 아는 어른이 되었으니 마른 살을 기어코 다 발라 더 멋진 안주로 만들어 보리라.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구워 먹으면 훨씬 맛있는 걸 이제는 아니까.
달군 팬에 찢은 황태 올려 여러 번 굴려가며 구운 다음(이 때 버터를 넣으면 더 맛있다), 연두청양초&마요네즈 소스만 만들면 요리 끝이다. 오징어나 쥐포 구워 먹는 맛과는 또 다른 맛이 입 안에서 겹겹이 부서지니 요즘 유행하는 먹태깡, 노가리깡이 부럽지 않은 우리 집 황태까까! 순식간에 완성.
입 속이 여린 어린이에게는 구운 황태채에 참기름 쪼록 발라 손에 들려주고, 어른들은 청양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바슬바슬한 식감이 부드러워지면서 매운 맛과 꼬수운 맛이 한가득 들어온다. 이런 까까는 순식간에 다 동나버리니, 포 전부 먹고 나면 다음엔 황태채를 사볼까나. 넥스트를 생각하게 되는 것 또한 '우리 집표 요리의 즐거움'이 아닐는지. 먹태와 청양마요소스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우리 집 황태까까' 재료
먹태 1마리
청양고추 1개(15g)
요리에센스 연두청양초 1스푼(10g)
마요네즈 4스푼(40g)
깨 1/3스푼(2g)
✅'우리 집 황태까까' 만들기
1. 먹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찢고, 청양고추는 다져서 준비한다.
2. 팬을 달구고 먹태를 올려 약한 불에서 바삭해질 때까지 뒤집어가며 굽는다.
3. 마요네즈에 연두 청양초, 다진 청양고추 올려주면 소스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