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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Aug 20. 2016

사랑이 시작되던 싱그러운 시간

영화 '인어공주'

인어공주 2004년 6월 30일 개봉 박흥식 감독
출연 : 전도연 (김나영/조연순) 박해일(김진국) 고두심(어머니 조연순)

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서 평생 부인을, 딸을 힘들게 했다.     


딸(나영)은 못난 아버지도, 또 그런 아버지를 모질게 대하는 어머니도 너무 싫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영은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된다.

딸은 그토록 꿈꾸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섬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길을 묻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장 싱그럽게 피어나던 그날의 봄으로...


연순(나영의 어머니)은 우체부 진국(나영의 아버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매일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그를 보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연순은 글을 몰랐다. 서명을 해달라는 진국의 말에 항상 물에 적신 손을 보여주며 대신 서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진국은 기꺼이 연순의 부탁을 들어줬다. 며칠 뒤 진국은 연순에게 국어책과 노트를 선물한다.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같이 짜장면을 먹으면서 확실한 순간이나 계기도 없이 하지만 분명하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행복함도 잠시 진국은 뭍으로 발령이 나 연순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충격을 받고 물질을 하던 연순은 쓰러지게 되고 그 상황을 목도한 진국은 밤새 연순을 간호한다. 나영은 항상 무능력한 아버지의 뒷모습만을 보아왔지만 과거의 아버지는 어머지를 지켜주던 듬직한 뒷모습을 가진 남자였다.


다음날 나영은 진짜 아버지를 만나며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 이전과는 달라보인다. 나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진국의 뒷모습을 먼저 봤다.

남들같이 떵떵거리며 살아보지도 못하면 남들보다 질기게 오래나 살아야지 왜 죽어. 뭐를 가져봤다고 죽어. 평생을 나한테 못된 소리나 듣고

나영이 경험한 연순과 진국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판타지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영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닌 연순과 진국을 보았고 자신이 질리도록 싫어했던 그들의 인연이 왜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고도 수많은 감정이 있고 삶이 있고 성격이 있다. 그 어느하나 이어지지 않은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끊임없이 싸운다.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끈이 두 사람을 끈끈하게 잡고 있다. 오직 둘 만 볼 수 있는 그 것. 사랑은 참 아름답고도 힘들다.


연순은 진국을 기다렸고 진국은 연순을 찾아왔다. 간지러운 감정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행복하게.

아마 지긋지긋한 그들의 삶은 그때의 사랑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나영은 힘 없는 아버지의 뒷모습만을 보아왔지만 연순은 사랑스럽고 듬직한 진국의 뒷모습을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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