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새벽 산책을 나갔다.
새벽 6시 반. 엄마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가는 길을 함께 가자는 이유에서였다. 더 정확하게는 며칠 전 수술을 한 딸의 회복을 위해 가벼운 운동이 필요해서였다. 엄마는 허리가 아프고 수술 부위가 아직도 당긴다는 딸에게 내일 아침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가자고 말했던 터다.
정신도 몸도 잠에서 덜 깼지만 엄마와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거의 매일을 티격태격하는 모녀사이지만 아픈 딸을 위해 산책을 권하는 엄마의 마음을 외면할 만큼 불효녀는 아니었다.
산책하기 좋은 초가을의 아침이었다. 긴 가디건을 입었는데 옷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딱 시원했다. 강아지는 줄자처럼 늘어났다가 감겼다가 하는 자동 목줄을 하고 있었다. 우리집 강아지는 늘어날 수 있는 정도의 최대치를 유지하며 엄마와 나를 한참 앞서 걸었다. 아니 폴짝폴짝 앞다리를 딛고 뒷다리 모두를 들기를 반복하며 빠르게 걸었고 천천히 뛰었다.
‘쟤는 산책이 항상 즐거울까?’라고 엄마에게 말했고, 엄마는 저 폼을 보면 모르겠냐며 웃었다.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건물이 참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몇 개월만 떠나있어도 새 건물이 지어지는 곳이다. 아파트도 건물도 대부분 통유리로 건설되는데 냉난방도 잘 안 되는 비효율적이고 허세스러운 건축 양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날 아침의 건물을 달랐다. 통유리 건물에 비춰진 가을 하늘이 보였다. 통유리 건물의 딱 하나의 장점을 발견했다.
신호등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신호에 따라 멈춰서면 엄마와 나는 신호를 지루해했고 강아지는 횡단보도 볼라드의 냄새를 맡고 소변을 누며 기다림을 즐겼다. 우리는 차도 없는데 그냥 건너버릴까란 고민을 서너 번 하고 나서야 공원에 도착했다.
강이 보이는 공원이다. 강은 그 위를 걸어도 될 것 같이 잔잔했다. 하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표면이 이것은 땅이 아니라 물임을 나타냈다. 어제 비가 조금 온 탓에 잔디를 걸을 때 발목에 물방울이 튀었다. 발목을 보니 흙물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조금 걷다가 엄마에게 잠시 앉아가자고 말했다. 물기가 스며든 나무 벤치보다 낮은 돌 벽에 앉기로 했다. 돌의 표면을 손으로 꾸욱 눌러봤다. 빗물로 진한 회색이 되기는 했으나 물기가 묻어나오지 않았다. 엄마와 앉아서 아빠 욕 조금, 오빠 욕 조금을 했다.
해가 조금씩 올라와 눈이 찌푸려질 때 쯤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이슬이 튀는 잔디를 지나고 신호를 기다리고 비효율적인 통유리 건물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실컷 흙을 밟은 강아지의 발을 씻겼고 엄마는 아침을 준비했다. 이렇게 보통의 아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