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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Nov 28. 2016

반할 수밖에 없는 사람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글을 모르는 국민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도 같았다. 국민들을 속이는 정치인들 때문이었다. 국민들이 '아니꼬운 꼴'을 보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수없이 도전하고 낙심했던 지난한 과정을 담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고인이 된 백무현 작가다. 백무현 작가는 노무현이 꿈꾼 사회를 동경했다. 그리고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지난 20대 총선에 여수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다. 그리고 그는 불과 네 달 뒤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기억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다. 마치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란 예견처럼.  

  

대선을 몇 달 앞둔 가을날,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학교에 막 부임한 젊은 국어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었다. 우리는 수업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중에 하나가 ‘대통령 누구 뽑을 거예요?’였다.    


선생님은 꽤 고민하는듯하더니 교탁 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였지만 선생님의 진지한 표정을 배반할 수 없었던 기억이다.    


‘노무현이라는 후보가 있는데...’라는 말로 시작한 이야기는 종이 칠 때까지 이어졌다. 그날 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노무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뒤집어졌다. 국민 세금으로 쌍꺼풀을 하는 대통령, 여론마저 반대하는 여성 장관을 끝까지 임명하는 고집불통. 그리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로 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정점을 찍었다.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퇴임 1년을 앞두고는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나라 경제를 망치고 개헌을 논하는 대통령, 아방궁 대통령, 의미 없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혈세를 쏟아부은 대통령. 그에 대한 믿음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 전부였던 내게 이런 이야기들은 내 신뢰의 벽을 허무는 쓰나미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퇴임 후. 많은 국민들이 그랬듯이 나도 자연스럽게 인간 노무현을 좋아하게 됐다. 그의 인간적이 면모와 그동안 몰랐던 그의 인생 이야기 등이 재조명된 덕분이었다. 그리 열렬하진 않았지만 노사모에도 가입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서거한 뒤 누구보다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던 시민이었고, 그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에 대한 서적과 영상물은 거의 모두 챙겨보았다. 그랬기에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당연하게 내가 보아야 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보는 내내 국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영화는 대통령이 되기 전 계속 도전하던 ‘바보 노무현’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아마 그 모습은 국어 선생님이 반했던 ‘후보 노무현’의 모습이었을 터. 그 모습은 나라도 반할 만큼 멋있었다.    


이제 내가 그때의 국어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다. 부디 이번 대선에서는 그때의 나와 같이 어린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멋진 후보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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