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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n 14. 2023

여러개의 눈을 갖는다는 건!

요즘 '브런치'가 어쩐지 좀 어수선하다.

브런치 시스템에 대한 자조 섞인 글을 읽을 땐,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뻤던 마음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절필 선언'을 하거나 글을 쉰다는 글이 심심찮게 보이면  '문우'를 잃는 것 같아 아쉬웠다. 가끔이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다소 격앙된 댓글로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봤을 때는 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마음은 '브런치작가' 경력이 1년도 더 지난 것 같지만, 글을 발행한 지 낼모레면 꼭 3개월이 된다. 글쓰기를 함께하는 어린이들과 픽업온 학부모, 내 가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모임과 만남도 자제해 온 시간이었다.

길지않은 시간에 100편 조금 넘는 글을 발행한 일이 마치 삶의 굴곡을 넘어온 것처럼 아득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3주에 한번 PTSD 치료를 받기 위해 신경정신과 선생님을 만나고 있는데, 선생님은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내 일상에 대해서 대부분 알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었던 것도 알고, 내가 글쓰기 플랫폼에서 타인이 볼 글을 쓰게 된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3월 16일 첫 발행을 한 뒤로 갖고 있던 초고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풀지 못한 이야기에 막혀, 다음 이야기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다시 막힌 얘기를 쓰려니 지난 시간의 기억 때문에 힘든 날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이 상황도 선생님과 의논했었다.


"글 쓰는 거 조금 천천히 하면 어때요?"


이제야 열심히 써 볼 생각에 의욕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던 나로서는 맥 빠지는 처방이 아닐 수 없었고,

내가 말을 듣고 고분고분 행동에 옮길지도 미지수였다.하지만, 선생님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때는 눈이 번쩍 뜨였다.

불안정할 때 쓰는 글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당연히 상처 줄 글을 쓸 생각이 없지만, 글 쓰는 데 있어 반드시 새겨야겠다고 다짐한 말이 되었다.

 

불안정할 때 우리 시야는 좁아질 테고, 좁은 시야로 쓰는 말이나 글은 '이분법 적인 사고'에 머무르기 쉬웠고,

의도와 달리 왜곡된 눈으로 본 '문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일반화시킬 수도 있었다.

나는 이 말을 절대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물론 나는 그때 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매일 글은 썼지만,그 말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 개의 눈으로 보려는 글쓴이의 노력이 결국 작가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확장된 세계에서 다듬어진 글은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공간의 글 쓰기가 상처가 아닌 격려와 배려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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