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하는 어른의 삶도 팍팍한 현실 앞에서 어린이의 삶이라고 깃털처럼 가벼울 리 없다. 발언권조차 없는 어린이는 오히려 어른의 삶이 휘두르는 대로 끌려다니며 마음에 이끼 같은 상처를 얹고 있기 십상이었다.
글짓기 수업을 하며 현장에서 만난 어린이 청소년의 삶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쟁에 줄 세워진 현실에서 여유나 휴식을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다수의 일상은 부모나 자녀 모두의 시야를 좁디좁게 만들다.
이제는 세대 차이가 아닌 시대가 바뀐 문제였지만, 여전히 이전 세대부터 유지해 온 낡은 경쟁의 옷을 벗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낤은 옷 입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했다.
경험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공감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더더욱 내 아이만 잘 키운 걸로 행복해질 수 없다. 흉악한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의 일탈로 치부해 버리고 빨리 잊으려 할 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이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세상도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세상은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바뀌지 않았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힘을 싣지 않는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정에서부터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 부모가 일관성 있는 대화를 꾸준히 하는 행위만이 더 나은 세상을 살게 할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