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메타인지
메타인지란 1976년 미국의 아동 발달 심리학자-존 플라벨이 처음 쓴 용어로 '자신이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능력'을 뜻한다. 나의 사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메타인지라 말한다.
비우는 과정은 하루에 하루를 더하는 삶의 순환과 닮았다. 하루에 끝장을 볼 다짐으론 비움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고 나면 아침이 오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 천천히 할 때에야 일상 안에 비움이 담겼다. 절대 감정에 휩쓸려 대충 처리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물건을 들고 비울지 말지 결정하는 순간의 경험이 결국 나를 드러내 선명하게 했다.
지난 월요일엔 막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의무교육 위원회의'가 열렸다. 지난 <브런치 북-먹이고 재우기 위해 자퇴합니다>에 소개했던 것처럼 '제때 먹고 자는 삶'을 위해 중2에 자퇴를 결정한 아이가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유예처리 승인'을 받기 위한 회의였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자퇴할 수 없다. 우린 여름 방학 이후 학교에 홈스쿨 할 것에 대해 통보한 후 결석 했고, 수업일수 1/3 결석에 도래하여 유예확정을 받게 된 것이다.
교장선생님 외 7명의 선생님이 교장실에 모였고, 보호자 자격인 내가 몇 가지 질문에 답하자 ‘이의 없음'을 통해 유예 승인이 완료됐다. 유예승인 확정이 돼야 비로소 검정고시를 치를 자격 또한 주어지기 때문에 4월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기다리던 절차였다. 기다리던 일임에도 인간의 적응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벌써?'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자퇴를 결심할 때만 해도 정점의 사춘기와 매일 함께 지내는 일이 괜찮겠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도 우린 갈등 없이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깔깔대며 보냈다. 잘 자고 잘 먹은 사춘기는 마냥 사납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하는 아이와 죽이 잘 맞은 덕이었다.
그날 회의는 형식을 갖춘 간단한 회의였지만, 양육자로써 학교 밖에 있기로 결심할 때의 초심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계획을 되짚어 볼 기회가 됐다.
학교를 나오면서까지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건 뭘까?
삶의 기본이라 할 제때 먹고 자는 일상을 돕고 싶었다. 계획대로 지난 3개월 동안 아이는 청소년 권장 수면 시간을 지켰고, 제때 먹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기본 권리를 찾는 경험을 했고, 성장기 아이답게 제때 자고 먹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성장은 물론 '사춘기라 그렇지!' 일반화 됐던 여러 상황이 개선됐다. 나는 이것을 확인할 때마다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 과정은 정리와 비우기이다.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당장 하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은 내가 먼저 본격적인 정리와 비움을 시작했고, 아이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나는 이 과정에 메타인지의 순기능을 적용해 보고 싶었다.
‘자신 스스로를 안다!’
우리가 일생을 통해 해결할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내가 정확히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가려내는 힘은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일찌감치 비우고 정리해 인정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길 바란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물건을 찾을 때마다 집안 이곳저곳을 뒤지며 시간을 보낸다면 오히려 공간에 지배당 할 때였다.
자신의 공간에 물건을 얼마나 갖고 있고, 어떤 것을 왜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그 물건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아는 문제 말이다. 자기 주도적인 아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우린 잘 알고 있다.
서랍 속 작은 물건 하나에도 이야기가 머물었다.
'우린 모든 순간에 서사가 있는 아주 입체적 존재다. 아이들도 결코 납작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