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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Nov 05. 2024

사춘기와 놀다 보니

프롤로그-사춘기야 놀자 3

-지난 이야기-

한 개의 시험이 끝나면 다음 시험이 기다리는 게 아이의 일상이었다. 몰아치던 평가가 모두 끝나면 아이는 선생님이 틀어 준 영화만 종일보다 왔다고 했다. 그런 학사 일정은 내 학창 시절에도 있던 터라 이상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엄마, 학교는 시험 때문에 가는 거야?"
어느 날 사춘기가 건넨 질문은 가볍지만 않았고, 내겐 큰 화두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변변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게 더 문제였다.  
 
나는 아이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청소년 권장 수면 시간인 9시간을 지켜 재우며, 그것이 너의 권리임을 솔직히 알려주고 싶은 바람이 전부였다

고민이 없던 건 아니지만, 사춘기는 중학교 2학년  2 학기에 자퇴를 실행에 옮겼고, 학교대신 집에서의 일상이 시작됐다.

 사춘기는 지난 4월, 중학교 검정고시 전까지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 '사춘기야 놀자 1,2'에 그림을 그렸지요. 마치, 온 마을이 사춘기를 키우듯, 브런치 작가님들 격려를 받으며 자신감도 얻었고요. 덕분에 무사히 검정고시도 잘 치렀습니다. 새 학기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요.


어느새 홈스쿨을 시작한 지도 1년 4개월이나 됐어요. 모든 일에 장점만 있을 수 없음에도 덜컥, 자퇴를 수용한 양육자로 삼시 세끼를 준비하고, 중 2 사춘기와 종일 붙어 지낸 지난 일상은 어느 정도 상상에 맡기고 싶네요.

하지만,

힘듦을 견딘 시간은 성장하는 순간이 맞았습니다. 내가 사춘기를 돌보느라 힘들었다고 한다면, 그건, 사춘기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세상에 일방적이기만 한 관계는 없을 테니까요.


우린 좀 더 가까이 다가앉은 덕에 전엔 알지 못한 불편함의 실체를 마주하기도 했고,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이 기간은 나와 사춘기가 서로를 키워 성장시킨 시간이 분명했어요.


계획대로라면 곧 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나게 될, 사춘기와 그간 나눴던 이야기를 이곳에 해볼까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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