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너의 문체
글을 쓰는 이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문체가 있다.
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그 사람만의 색이 문장에 배어 나온다. 닮고 싶은 작가의 문장을 필사해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글을 쓸 때면 본래의 문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내 문체엔 장점도 있지만, 쉽게 고치기 힘든 습관도 함께 들어 있다.
문장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문장도 며칠 만에 꺼내 보면 고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구어체와 도치법을 즐겨 쓰는 편인 나는, 간혹 문장 간 길이에 불균형이 생겨 애를 먹는다.
그날도,
나는 꽉 막힌 서너 줄짜리 문장을 블록처럼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다.
글쓰기를 가르칠 때는 ‘단문 쓰기’를 강조하면서 정작 내 글에선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이 뒤섞이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나는, 한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듣자 하니 요즘, 쳇 GPT가 그렇게 글을 잘 쓴다고 했다.
곧창작자들도 남아나지 못할(?) 거란 기사를 심심찮게 봐 온 터였다.
나는 새 연재의 프롤로그로 써둔 글의 일부 문장을 그에게 보내고 문제점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명성대로 순식간에 내 글을 분석 정리해 주는 게 아닌가.
그런데... 잉? 뭔가 이상했다.
누가 AI 아니랄까 봐,
그는 내 글의 진솔함을 담당하는 구어체 문장과 의도해서 쓴 도치법 문장까지 샅샅이 찾아내 말끔히 정리해 준 것이다.
흠… 문법에 맞춰 군더더기를 뺀 문장이 됐을 진 몰라도,
그 글에는 뭔가 고유의 향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아무 맛도 없는 음식을 씹는 것 같았다.
그랬다. 이건 쳇 GPT의 문체인 게 분명했다.
[내가 의뢰한 프롤로그]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던 그다음 날, 아들과 나는 한 부동산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날, 아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오피스텔 계약서에 사인했고, 일주일 뒤 이사가 결정됐다. 예상보다 빨리 아들의 독립이 시작된 것이다.
아들의 분가와 독립 과정을 지나며, 결국 자식의 독립은 곧 양육자인 나의 독립임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쩌다 보니 1인 가구 대열에 들어 선 나!
이 연재는 그런 자녀와 양육자인 우리의 독립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양육자며 엄마에서 결국 한 명의 여성으로 나는, 내 아이들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동시에 내 삶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중략)
[쳇 GPT 가 정리해 준 프롤로그]..... 혹시, 무료 사용이라 그런 거니?
아들의 독립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난 다음 날, 우리는 나란히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날 아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오피스텔 계약서에 사인했고, 일주일 뒤 이사가 결정됐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 아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어른이 나와 마주 앉아 있음을.
아들의 분가와 독립은 생각보다 빨랐고, 그만큼 낯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오히려 나에게 더 큰 전환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도 1인 가구가 되었다. 빈방을 마주하자 서운함과 후련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연재는 그 문을 여는 동안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
양육자의 마음, 엄마의 흔들림, 중년의 자기 질문, 그리고 결국엔 나 자신의 독립에 이르는 이야기다. (중략)
쳇 GPT가 작가들의 창작 영역을 위협할 거란 말이 어쩐지 허풍처럼 느껴졌다.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글 쓰는 이들마다 가진 그 고유한 색을 따라 하는 일만은 그리 쉽지 않을 거란 확신마저 들었다.
게다가 그는 내 글을 분석한다며, 감정이 빠져 있다, 장황하다, 중복 감탄을 하지 말라는 지적을 남겼다. 순간 나도 모르게
네 글도 별로 거든!
나는 글도 맘에 안 드는 김에 혼잣말로 쏘아줬다.
속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