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독립, 스무 살 어른

독립 준비 물품 리스트

by 은수
가까이 있으면서도 간섭하지 않고,
멀리 있으면서도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조앤 롤링-


독립할 방을 계약하자, 아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은 눈치였다. 이 집을 떠나는 순간, 뭐든 스스로 해야 될 텐데. 그런 미래를 알기는 하는 건지, 아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은근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손 빠른 엄마 덕에 네가 얼마나 편히 살았는지 곧 알게 될 거다.'

아들은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걸까?

"엄마, 앞으로 저한테 일체의 반찬 지원도 해주지 마세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네가? 엄마의 제육볶음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일체 반찬 지원을 해주지 말라니. 도대체 뭘 먹고살겠단 말인가.

"왜.. 왜? 어쩌려고?"

"이제 내가 한번 다 해 보고 싶어요."

아들의 말은 제법 단호했고, 그 순간 나는 손에 쥔 가장 소중한 걸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봐..."


왜 속이 시원하지 않은 걸까?

아들의 독립이 결정됐고, 앞으로 아들 스스로 해보겠다는 데 말이다.

육아의 완성은 독립이라 하지 않았나. 부모는 한결같이 잘 성장한 아이가 자기 앞가림할 날을 고대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알아서 해보겠다는 말엔 서운하다니. 부모의 양가감정은 논리라곤 없이 앞 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감정인게 분명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들이 집을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1인 가구라도 살림살이는 똑같이 필요했다. 나는 새로 장만하기보단, 집에 여분이 있는 살림살이부터 나눴다. 그릇이나 수저, 접시, 작은 냄비나 프라이팬 같은 부엌살림부터 문구류와 상비약, 고무밴드까지도 조금씩 나눠 담았다. 그러는 사이 나의 1인 가구 살림도 추려지는 중이었다.


아들이 옷이며 운동기구를 챙겨 현관 앞에 내놓을 즈음, 나는 미리 만들어 뒀던 아들의 성장 앨범 세 권을 짐 속에 넣었다. 막연하지만, 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준비해 뒀었다.


오피스텔에 짐을 들여놓자, 그때부터 아들의 독립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아들에게 살림살이의 위치와 용도를 알려주었다. 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주 일부만 알아듣는 것 같았다. 상관없었다. 이제부턴 급하면 찾아서 쓸 테니까.

실제 그 뒤로 아들이 문제 해결을 묻는 전화가 올 때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말해줬다.

"거기 세 번째 서랍 있지? 거기에 뒀어. 찾아봐!"

"헐, 내 방에 그런 게 다 있어요?"

이런 식이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엄마가 미리 쟁여둔 사랑을 야금야금 찾아 먹을 것이다.


"엄마, 이사 온 날은 짜장면 먹어야지. 제가 쏠게요."

짐 정리를 마치고, 나는 아들이 사주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이제 , 스무 살 어른이 되는 중이었다.


독립은 본인이 하지만,

자립의 시작인 만큼 준비는 세심하게!

[독립 준비 물품 리스트]

누군가에겐 필요한 리스트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