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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Jul 28. 2016

부모의 역할

마음껏 '내리사랑'하기


여름휴가


뜨거운 여름이다. 며칠째 폭염경보라는 재난문자가 울린다. 만 16개월을 향해가고 있는, 두살배기 아들과 하루하루 '재밌게' 지내기는 날씨가 그야말로 '재난' 수준으로 덥다.  아들의 아빠는 여름이 제일 바쁘다. 남들 휴가가고 떠나는 이 한여름 칠팔월에 아들과 집에만 있기에는 조금 '처량'한 기분이 든다. 마침 친구들과도 성수기 휴가시즌에 맞춰 한번은 만나야 했고, 아들과  좀 더 '활기'있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일주일 정도 친정에 가있기로 했다.


엄마 껌딱지


한달만에 간 친정, 나는 이것저것 그동안 못했던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사람들도 좀 만나서 '어른의 대화'로 소통의 갈증도 풀어내고, 그동안 아파도 가지 못했던 병원에 가서 내몸도 좀 돌보고, 은행가서 통장정리도 좀 하고,,,, 여러가지 쌓인 '나의 일'들을 하나 하나 여유롭게 하고싶었다.


 딱 하루였다, 아들과 처음으로 떨어진게, 그런데 그렇게 변할 수 있는걸까?

그동안 종종 친정에가면 데이트 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며 나와 신랑은 아들을 맡기고 두 세시간 외출을 해왔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의 이번 배신(?)은 나에게 더 큰 충격으로 느껴졌다.


 외출(아니..사실 외박)후 돌아온 나에게 아들은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안겨왔다.(사실 아빠는 회사 야유회다 뭐다해서 자주 외박을 해왔기 때문에 나도 딱 '그 수준' 보다 조금 더 큰 충격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들은 내가 돌아온 후 부터 하루를 돌봐준 외할머니에게 냉랭했다. 내가 없을때는 그렇게 둘이 사이가 좋았었는데, 내가 돌아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 울기 시작했고, 찰싹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아, 이게 분리불안이구나, 엄마껌딱지라는게 이런거구나'


 아들은 나에게 '엄마껌딱지'의 경험을 만16개월을 코앞에 두고 경험하게 해줬다. 사실 그동안 우리 아들은 낯가림도 별로 없었고(겁은 많았다) 아무한테나 잘 가는 순둥이였다. 잠도 아이 아빠가 잘 재우고, 남편한테 맡기고 혼자 외출도 쉽게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빠 껌딱지'라고 할만큼 나에 대한 애정도(?)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후 친정에 있는동안 나는 그야말로 '육아지옥'을 경험했다. 단 '하루'의 휴가가 가져온 댓가가 참으로 귀엽우면서도 잔인했다.


내가 어디론가 가버릴까봐 내옆에 꼭 붙어있는 아들을 보면서 "나도 엄마였구나, 정말로 엄마였구나, 먹여주고 재워주는 아주 기본적인, 단순한 일들을 충실하게(?) 해준것 밖에는 없는데, 아들에게 나는 아주아주 위대한 엄마였구나."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친정엄마가 말했다.

딸아, 먹여주고 재워주는게 얼마나 큰일인데!"

그랬구나,, 그제서야 나는 엄마가 정말로 큰 존재라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잘 못한거 아니가?"
 아마 모든 자식들은 그렇게 자기 자식만을 또 생각하게 되나보다. 밤새 자기 자식이 아닌, 자식의 자식을 돌보면서 힘들어한 이 커다랗고 위대한 엄마에게, 나는 또 내 자식만 생각하는 잔인한 엄마였다.


슬픈 사랑


'자식 사랑'이라는 것이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돌아오지 않는 슬픈 메아리 같다. 나 역시 나의 아들에게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외치지만, 그 외침은 그냥 일방적 외침에서 끝나게 될 것을 나는 엄마가되고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논하는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새드엔딩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의 대부분을 우리의 연인과 친구 또 우리의 자식에게 모두 쏟아붇게 된다. 아이러니 한것은, 내가 엄마가 되었을때, 나의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엄마를 사랑할 감정의 할당량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께닫게 된다


그렇게 슬픈사랑을 해야하는 부모가 되었지만, 이러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종전과는 다른, 정말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해 준 다는것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나와 남편의 사랑을 받고, 언젠가 나보다 더 사랑하는 이가 나타났을때 정말로 마음껏 그 사람을 사랑해주며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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