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현 May 11. 2016

어른이 되는것

 서른이 되어 생각하는 어른

"아이구 우리아들 다컸네"

돌지난 아들이 걸음마를 아장아장 시작했다. 한발짝 들어 옮기는데 온힘을 다한다.

그렇게 스스로 일어나서 한 걸음 내딛는데 태어나 1년이 걸렸다.

  아들은 한살 한살 크면서 성숙하게 되고 언젠가는 한사람 분의 몫을 하게 될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아들의 세상이 작아지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더이상 뭉게뭉게 자라나지 않고 알록달록 다채로워지지 않는다. 마치 유리벽(방어벽이 될 수 도 있지만)에 둘러싸인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수도있다.

 아들은 커가면서 동시에 매순간 한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영원히 뻗어나갈 것 같은 예쁜 꿈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이 두발로 다 걷기에는 세상은 또 너무나 커서 금새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 것이다.그렇게 보면 어른이 되는 과정이 어떤면에서는 조금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서른이 된 나는 아마도 아직 철없는 어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보수화 되어가고 안정을 추구하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다 자라지 않았다고 나에게 되뇌인다. 점점 잠잠해지는 나의 바다에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고 파도를 만들어낸다. 고요해지는 마음이 울렁이고 심심해진 머리가 팡팡 울리도록 나를 일깨운다



"꼰대다"

라는 말을 듣게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지도 모르겠다. 젊은이에게 주구장창 재미없는 옛날이야기(정작 본인은 가장 재밌어하는)만 늘어놓는 어른 말이다.

어쩌면 철든 어른들 중 대부분은 꼰대의 모습을 하고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른들은 배고픈 시절을 지냈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또는 그이상을 가져다주는 급성장기도(그땐 지금보다는 빈부 격차도 적었으니)지나왔다. 그래서 어른들은 그때의 고생이 지금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고도 말한다.

 그리고는 청춘인 우리에게 아프고 힘들어도 그게 청춘이라는 위로의 말을 던지며 견디라고 말한다. 힘들어야 철든다 라며...

 고난의 경험은 분명 그 어떤 경험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인생의 자양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외적인 고난'뿐만 아니라 '내적인 고난'(스스로 고뇌하고 사색하고 감정을 다독이는 시간)이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청춘에게 힘듦이란 외부 환경적인 어려움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가 느끼는 내적인 불안의 문제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니까 힘내! 아프니까 청춘이야! 고생뒤에 낙이온다! 라는 꼰대같은 설교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나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나에게만 이해받을 수 있는 사건이지 타인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안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닫는것이라 생각한다.

배우지 않으면 모르는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한다.

진짜 '어른'은 지식교양이 풍부하거나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경청할줄 알고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말만 하는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보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말이다.


나의 아들이 말을 배우고, 학교를 가고, 사춘기가 되고, 훗날 가정을 이루었을때, 나의 눈을 보고 소통하기를 즐겨한다면 내가 적어도 '꼰대'가 되어 있지는 않을 테지..





작가의 이전글 처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