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죽은 줄 알았더니 다음 해 봄에 다시 피어난 어느 꽃처럼 아직 살아있다

by 오세준

#지난10년을되돌아보기

- 2009년: 박사과정 입학하자마자 학생회장하면서 사학재단과 싸움, 교수와 학생이 사학재단을 6개월만에 이김 케케케. +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님 서거... ㅠㅠ

- 2010년: 아내랑 연애 시작. 헤헤헤헤헤

- 2011년: 청소년동반자(YC) 일 하면서 열심히 연애.

- 2012년: 박사논문 완성 + 취업

- 2013년: 결혼 ㅎㅎㅎ

- 2014년: 신혼 개꿀

- 2015년: 아내 임신 + 집안문제(ㅠㅠ)

- 2016년: 출산!!! + 육아 + 집안문제(ㅠㅠ) + 탄핵집회 참석

- 2017년: 육아 + 비... 트... 코... + 장모님 위독(ㅠㅠ)

- 2018년: 육아 + 비... 트... 코... + 장모님 회복(^0^)

- 2019년: 육아 + 빚갚기 + 손가락 인대파열 수술 + 귀밑암 수술 + 회사 신사업 런칭 + 웹소설 쓰는 중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적는 걸 깜빡했다.
세상에 내가 그걸 적는 걸 잊었다니...


그 슬픔이 정말 10년은 갔다.
그 분노가 가라앉기까지도 정말 10년은 걸린 것 같다.
그 한이 남아서 참 힘든 시간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은 정말 스트레스였다.
뉴스를 보는게 고통스러웠다.
세월호 때는 정말 극에 달했다.

뉴스를 차마 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 시간들과 더불어 암이 커졌다.
왜 사람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암걸려 죽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수술 잘 받고 회복 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유민이가 아니었으면 저 시간들을 버틸 수가 있었을까?
정말 집안문제까지 겹쳤을 때는 콜래트럴 데미지가 엄청났었다.
나도 유민이에게 버팀목이 되었지만 내가 유민이한테 참 많이 기댔던 것 같다.


그나마 연두의 탄생이 우리 집안 양쪽의 모든 문제들의 80%를 걷어갔다.

행복과 건강의 빛이 온전하게 들어오게 해 준 문이었다.
양가 부모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했고, 장모님이 사경을 헤맬때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게 한 것도 연두였다.

손가락 수술한 나를 제일 오래 걱정해준것도 연두였고.
(암은 잘 모른다. ㅎㅎㅎ 넘 어려서)


비..트...코인은 뭐, 반쯤 미쳐있는 동안 미쳐서 빚까지 끌여다 하다가, 그냥 집 한 채 살 돈을 날렸다.
이혼감인데 용서 받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러고도 지금 난 살아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잠깐 해봤지만 진지하진 않았다.
아무리 바닥에 떨어져도 막 기분이 한 없이 우울하거나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 죽어도 딱히 두렵거나 아쉽다는 생각도 딱히 들지 않을만큼 위태로웠다.

사실, 이 또한 우울이었고 병든 상태였다.
스스로도 잘 몰랐을 뿐.


1999년에서 2008년까진 그냥 명상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살았다.
10년의 시간을 깨달음이라는 파랑새를 찾으며 보냈지.
이 10년은 사실은 죽음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맞다. 난 깨달음으로 '자아'가 사라지기를 바랬다.


그러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진 내 인생에서 가장 바닥을 찍었다.
10년의 시간을 제대로 진흙탕에서 뒹굴었다.
이10년은 사실은 삶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맞다. 난 처음으로 '자아'의 삶을 살아봤다.


2019년부터 큰 수술도 하고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도 맡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전반적으로 크게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


이런 이야기를 쓴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죽은 줄 알았더니 다음 해 봄에 다시 피어난 어느 꽃처럼 아직 살아있더라.


세상이 정말 내 생각보다는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 때 완전한 소멸을 꿈꿨던 사람이 이제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겨울을 겪을 지 모르겠지만, 일단 따뜻한 햇빛이 있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있으니 살만하다.

내가 사랑해라고 말하면 배시시 미소를 짓는 딸이 있어서 참 좋다.


그동안 친구도 그렇고, 친척도 그렇고, 일을 통해 만난 고객들도 그렇고 주변에 자살자가 많다.

하나 같이 착하고 여린 사람들이었다.

이제야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 나를 지켜보던 한 선생님이 하늘을 날지 말고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라는 말을 남겼는지도 알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삶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햇빛과 내리는 비가 되고 싶다.
그래서 죽고 싶다는 혹은 그런 생각 조차도 들지 않을만큼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원래 암 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나리오를 두 개 마련해두었었다.

짧은 버전과 긴 버전.

짧은 버전은 일단 PET 검사 결과 전이가 없는 걸로 나와 보류고, 긴 버전은 앞으로 찬찬히 써 나갈 생각이다.

결말은 대충 써 두었다.

죽기 전에 주인공에게 물을 것이다.


"주인공"


"네"


"잘 놀다 가는감?"


"네"


"그럼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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