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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Jul 29. 2020

지렁이 안녕?

- 지렁아 안녕? -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은 본능 같다.
배우지 않아도 말이다.

연두도 그랬다.

 세살 정도부터 비오는  길을 걸을  눈에 보이는 지렁이를 두려워했다.

가만 놔두면 예전의 나처럼 스무살이 넘어서도 지렁이를 두려워할 .

그때부터 연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렁이는 땅을 튼튼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고 다들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이다.

엄마 아빠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이제 연두가 예전처럼 지렁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늘 유치원 등교하던 중에 연두 말하길,

"아빠 지렁이가 오늘 비와서 기분이 좋은가봐!"

코로나 따위 걸릴  없는 지렁이들이 단체로 길가에 나와 레인파티를 벌이는 현장을 지나가며 남긴 말이다.

연두가 지렁이에 대한 두려움을 관심과 자비의 마음으로 바꾼 모습을 보며  또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실지렁이 한마리라도 밟을까봐 조심조심 길을 걷는다.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이라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학습이다.

나는 연두가 지렁이를 무서워서 피하기보다는 사랑해서 피하기를 바란다.

두려움 대신 가슴을 사랑으로 꽉꽉 채워서 살아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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