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물원킨트 May 28. 2024

2년

부덕

연립주택 주차장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오후의 햇살이 따가웠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한 남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남자는 30대쯤이었을까.

남자는 숨이 조금 가빠진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남학생은 피식 웃었다.

마치 두 사람은 연인처럼 보였다. 남학생은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저씨.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지랄이세요?"


남자는 점점 시야가 흐려져갔다. 그의 몸이 아래로 쏠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에 땅바닥이 요동치는 것처럼 보였다.

남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학생은 담배 피면 왜 안 되는데? 사람인데 왜 안 돼?"


남자는 남학생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남자의 등에서 피가 흘러 빨갛게 번지기 시작했다.

남학생의 손에 들린 칼이 잠시 번쩍였다.

남학생은 이제 일을 마쳤다는 듯이 무심하게 칼을 바닥에 툭 내던졌다.


"쨍강."


임무를 마친 칼은 소리를 내며 오후의 정적을 깨뜨렸다.

남학생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에 묻은 피를 바지에 닦은 뒤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았다.


"한 2년 살지, 뭐. 별거 아냐."



- 끝 -

이전 15화 12월 31일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