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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31. 2024

희극과 비극의 동시상영 (1)


#희극과 비극


이 종합병원의 이름은 어이없게도 스톤병원이었다. 사람들은 돌팔이들이 모여서 만든 병원이라고 놀렸지만, 사실은 고인돌 박물관이 근처에 있어서 지은 이름이라는 게 정설이긴 했다. 그러나 돌팔이들이 많은 병원이라는 농담에도 언제나 환자들은 넘쳤다. 결국은 실력이 좋은 의사들이 제법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병원은 평판이 아주 좋은 축에 들었다.


“오늘도 에스프레소?”


외과 전문의 은경은 커피를 가지고 들어오는 의사 강철을 향해 물었다.


“커피의 정수는 에스프레소라고 몇 번을 말씀을 드릴까나?”


휴게실에는 네 사람이 모여 있었다. 외과의사인 강철, 응급실 의사인 민정과 형석. 그리고 요즘 형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외과의 은경까지.


이 병원의 특징이라면 응급실에 작은 수술실이 두 개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원장이 외과 전문의라서 그런지 다른 병원에 비해서 응급실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죽는 사람을 최소화하라!’


원장이 늘 주장하는 바가 그거였다.




게다가 외과 의사를 되도록 많이 뽑아서 정기적으로 몇 명의 외과의를 응급실로 파견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강철과 민정이 주로 한 팀을 이루고, 형석과 은경이 한 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조합이 뒤죽박죽으로 굴러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중에서 형석이 제일 막내이긴 했지만, 강철이 2년 선배였고 민정과 은경이 형석보다 바로 위였다. 형석 입장에서는 크게 나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선배들에게 형석은 귀여운 꼬맹이였다. 그런 이유에서 형석은 늘 얼간이 취급을 받고는 했다.


"요즘 해부학 공부랑 주사 놓는 방법은 연습을 하고 있는 거냐?"


냉정하기로 유명한 민정마저도 형석을 놀리는 일에는 열심이었다.


"아니, 그걸 마스터한 지가 언젠데요?"




“오늘 좀 배고픈데, 우리 최강의 강철 선배께서 간식 한 번 쏘시는 게 어떨까요?”


은경이 갑자기 제안을 했다.


“왜?”


강철은 은경의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선배님. 지각 대금 밀린 게 장난이 아니더라요. 그거 외상으로 달아놓은 것만 해도 십만 원은 될 거 같은데.”


지각할 때마다 만원씩 모았던 것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있었다. 사실 병원에서 강철이 가장 멀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은경아, 네가 형석이랑 다녀와. 내 커피는 가급적이면 별다방 에스프레소. 알지?”


“선배, 이거 전형적인 ‘갑질’이십니다.”


형석은 웃으면서 이 상황극을 즐겼다. 사실 가장 밥을 많이 사고, 술값을 많이 내고, 택시비까지 챙겨주는 게 강철 선배임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




결국 뜻하지 않게 형석과 은경은 편의점 데이트를 하러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너는 요즘 들어서 왜 이렇게 아침마다 좀비 같은 거냐?”


“저 저혈압이라 그래요. 아침에는 기운이 진짜 하나도 없어요.”


“저혈압?”


“가족력을 보면 고혈압이 많은데, 저는 또 이상하게 저혈압이에요.”


"근데 인류 역사를 보면 말이야. 고혈압이 유리해서 많이 살아남았을 거 같지 않냐?"


"왜요?"


"맹수가 갑자기 쫓아오면 고혈압인 인간들은 바로 도망가지만, 저혈압인 인간들은 잡아먹히지 않았을까?"


"아, 끔찍하다!"


은경의 논리가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형석은 자신이 잡아먹히는 장면을 떠올리니 기분이 꺼림칙했다.


“너 혹시 요즘 살이 좀 빠져서 저혈압인 아니야?”


“맞습니다. 은경선배. 선배가 하도 저를 부려먹어서 제가 요 몇 달 사이에 4킬로가 빠졌어요.”


형석은 슬쩍 은경 선배를 놀렸다.


"그래, 혈압 관리에는 체중관리가 최선이긴 하다."


놀림을 피해 가는 은경이었다.


“오, 그래서 요즘 좀 잘 생겨 보였나? 턱선이 날렵해진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 그럼 앞으로 너 좀 더 괴롭혀야겠는데.”


“뭐라고요?”


형석은 화를 내는 척했지만, 사실 잘 생겼다는 말에 기분은 하늘로 날아갈 거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어째 어떤 환자를 만나도 다 고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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