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침부터 형석에게 나타난 환자는 정말 의외의 환자였다.
“저는 정력왕이 될 겁니다. 이 세상 최고의 변강쇠랍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정력에 좋다고 하면 뭐든 무조건 많이 먹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아연 보충제를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결국 위세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알이 아니고 한 통을 넘게 먹었다는 아야기에 형석은 기겁을 했다. 뭐든 좋은 건 많이 먹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오늘 환자가 바로 이 경우였다. 또한 이런 경우가 흔하다는 것도 응급실에서는 놀랍지 않은 사실이었다.
“무작정 처음부터 위세척 오더를 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단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는 게 중요해.”
강철은 조용히 다가와 형석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럼 식염수부터 처방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그렇게 하시지요. 형석 선생님.”
강철은 태연하게 조언을 마치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환자들에게도 그렇지만,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 번째 의견’이라고 형석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는 완벽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의사는 인간이기에 언제든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의사도 사람입니다만.”
이런 말을 했다가는 멱살을 잡히는 게 의사라는 직업의 고충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가끔 서로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견해를 나누는 일을 항상 실천한다. 형식은 자신이 늘 옳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선배나 후배들에게 또 다른 해석을 묻고는 했다.
“정력에 좋은 다른 영양제는 없을까요?”
아직 정력왕은 반성의 기미가 없는 거 같았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밥 잘 드시고, 운동하시는 게 최고예요. 끼니마다 단백질도 가급적 잘 챙겨서 드시고요.”
아마 이 세상에서 빈대나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해충들이 정력에 좋다고 소문을 내는 게 아닐까 하고 형석은 종종 생각하곤 했다.
사실 건강해지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술과 담배를 멀리 하고, 야채를 자주 먹고, 탄산음료보다는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는 것도 형석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부터가 이미 때로 술에 취해 하루를 위로받기도 하고, 야식으로 기름진 음식을 찾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건강해지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야.’
형석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뒤에 정력왕 환자에게 위세척이 실시되었다.
“의사 선생님, 다시는 절대로 무지막지하게 약을 먹지는 않을 겁니다. 위세척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정력왕이 되고자 했던 남자가 퇴원하면서 형석에게 남긴 말이었다.
위세척에서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는 수면제를 잔뜩 먹고 세상을 떠나려고 시도를 하는 경우다.
“시중에 파는 수면제를 아무리 먹어도 죽지 않아요.”
사실이 그러하다. 위세척을 해서 괴롭고 싶다면 수면제를 잔뜩 먹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실 약의 단위로 그런 이유에서 일부러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양만을 처방받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도 했다.
형석은 응급실에서 이상하게 그런 환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에서는 인간 폭탄이 되겠다고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를 먹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코로나 시국에는 자가 치료를 해본다면서 세척제를 들이켜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형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무식한 사람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경우라고 생각했다.
‘제발 의사한테 좀 물어보세요. 아니면 검색이라도 해보시던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