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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짱 Jan 14. 2022

따로 또 같이 살기에 좋은 집의 조건

따로 또 같이 사는 글로컬 코리빙 하우스 서울눅스 프리퀄 9

벽난로 집 201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따로 또 같이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거실과 다이닝룸이 분리되어 있다

이사할 집을 물색하면서 포룸 이상이라는 조건을 설정한 것은 거실 때문이었다. 기존에 살던 망원동 쓰리룸은 거실이 다이닝룸, 거실, 작업실, 노는 공간 등 다중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실 사용에 둘러싼 갈등을 겪었고, 이 때 나는 갈등의 원인이 구조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각각의 기능들이 분리되어서 수행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넓은 공용공간이 있으려면 포룸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201호의 거실이 101호에 비해 좁다고 느껴진 것은 중간 가림벽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가림벽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요긴해보였다. 거실과 주방 공간을 분리해주기 때문에 거실에서 누군가 집중해서 일하고 있다고 있을 때에도 다른 누군가는 미안해하거나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일과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눅(Nook)이 많았다

집에는 눅(Nook)이 많았다. (눅의 뜻) 네 곳의 베란다를 포함한 눅(Nook) 공간들을 잘 활용하면 이런 다양한 공간적 필요와 기능들을 분산시킬 수 있을 거라 봤다. 정원을 향하고 있는 작은 베란다는 통화를 위해 활용하거나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데 활용하기에 좋아보였다. 집에 있고 싶지만 (at home), 집에 있기 싫은 때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익숙하지 않은 곳에 있고 싶지만 또 나가기는 싫은 그런 복잡미묘한 필요를 수용할 수 있었으면 했다.

같이 사는 집이라면 집 내부에도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혼자의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 각자의 개인 방이 있는 것 이상으로 각 방 간의 거리감도 중요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혼자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같이 살지만 자신의 눈물을 토해낼 수 있는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호는 그런 면에서 각 방 간의 거리감이 괜찮아 보였다. 


한계가 있긴 하지만 파이브 룸이다

방 두 개가 붙어있는 마스터룸의 한계는 201호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했다. 하지만 어쨌든 방이 다섯 개이니까, 이 두 방 사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다면 다섯이 살 수도 있다. 공용공간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편의성을 얻는 대신에 높아진 총월세가 높아지지만 인원이 많아진다는 것은 1인당 부담금도 낮출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the more, the merrier! 함께 사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더 재밌을 것이었다. 


공용공간과 개인 공간이 다른 층으로 분리되어 있다

같은 빌라의 101호이나 전망 좋던 4층 집과 201호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공용공간과 개인 공간이 층으로 분리되어 있는 점이었다. 좀 더 개방적인 공간 플랫폼으로 확장해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1층에 있었다. 같이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같이 살지 않지만 결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편하게 와서 코워킹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좀 더 개방적인 이벤트를 열어도 개인 공간이 다른 층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 적을 것이었다. 코워킹 커뮤니티를 애정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직접 차릴 깡다구는 없었기에 추가 리스크 없이 작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 집에 애정이 갔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집은 내가 유년시절에 살았던 선구동 집과 많이 닮았다. 많은 이야기들- 즐겁고 놀라웠던 것부터 심리치료를 시작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게 되는 트라우마까지 -을 낳았던 그 집.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집의 기억과 다시 재연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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