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여행이 없었다. 우리 가족에겐 여행이란 단어가 생소했다.
기억 속의 집은 낡고 어지러웠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발에 부딪혔고, 이불은 항상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동생들과 둘러앉아 먹는 라면은 세상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
눈을 뜨면 부모님은 없었다. 엄마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단 하루 화요일만 쉴 수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아빠의 출,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주말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기계보다 더 정확한 타이밍에 울리는 엄마의 전화벨은 우리가 일어났는지, 밥은 먹었는지, 싸우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전화기 너머 엄마의 불안으로 우리는 늦지 않게 학교를 갔고, 밥을 챙겨 먹었다.
한 주의 단, 하루 화요일만 쉬는 엄마는 바빴다. 밀린 빨래와 음식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화요일이면 약속처럼 엄마와 함께 재래시장에 갔다. 그날은 내가 먹고 싶은 간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엄마의 양 손에는 시장에서 산 물건들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양손 가득 간식을 먹으며 걷는 시간은 나에게 특별한 여행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화요일 엄마와 떠나는 여행은 내게 작은 행복을 전해주었다. 비록 가족 모두가 함께한 여행의 기억은 없지만, 일상에서 느낀 작지만, 분명한 행복도, 여행이 가져다주는 행복 못지않게 크고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