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아빠는 자신이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이 대신 이루어주길 바랐다. 세 남매를 같은 학원에 보내면 학원비를 할인받을 수 있었기에, 학원의 선택권은 없었지만, 우리 형편에 학원을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수학 우등반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며 우등반의 반장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나에게 열정과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수학반장 자리를 지키고 싶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기간이 되면 수학 예상 문제를 나누어 주었다.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고 또 풀었다. 풀리지 않은 문제는 학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나의 열정에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하라.”라고 하셨고 나는 그 말 그대로 실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무실에 원장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과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나에게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선생님 전세 냈니?”
나는 당황했지만,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께서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원장 선생님과 나의 대화에 수학 선생님은 원장 선생님께 말씀하셨다.
“선생님, 제가 언제든지 와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원장 선생님은 계속하여 나를 나무라셨고, 나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원장 선생님의 입에서 부모님을 겨냥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지금껏 억울했던 감정이 터져버렸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배우지 못하게 만드는 이런 학원 제가 나갈게요. 저희 부모님은 건드리지 마세요.”
그 말을 내뱉고 가방을 챙겨 학원 문을 나왔다.
문을 나서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려웠다. 억울함의 눈물은 어느새 두려움의 눈물로 바뀌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빠가 거실에 앉아 계셨다. 술에 취한 모습이 아닌 아빠를 보는 순간 폭우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는 놀란 듯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빠의 물음에 두려웠지만, 사실대로 말했다.
조용히 내 말을 들은 아빠는 나에게 말했다.
“잘했다. 울지 마.”
나의 무모한 선택에 비난을 퍼부으며 혼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내 편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아빠가, 내 편이 되어주었다.
그 순간, 아빠가 창피해서 숨기만 했던 나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날의 눈물은 슬픔과 억울함의 눈물이 아닌 안도와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때의 나는 참 용감했다, 억울함과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다.
지금도 무언가에 흔들릴 때면, 그때의 당당한 나를 떠올린다.
작고 약했지만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았고 나를 믿었다.
그런 나의 뒤에는 언제나 아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