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법만 배운 나, 표현하는 아이

by 고니비니SN

강압적인 부모 아래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곧 혼나는 일이었다.

슬픔, 두려움, 외로움이란 감정은 내 안에서 ‘화’라는 이름으로 자라났다.


화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나는 세상 앞에서 침묵했다. 억울해도 참고 견뎠다. 하지만 그 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집에서 터졌다.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와 나의 전부를 이해해 주는 남편에게 토해내듯 쏟아놨다.


그들을 향한 화는 결국 나에 대한 분노이자 억울함이었다.

어릴 적 참아야만 했던 감정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흘렀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


임신, 출산의 과정으로 체력도 정신도 바닥을 찍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바닥난 체력만큼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이 나에게서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잡아든 책으로 육아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내가 겪었던 감정을 아이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만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감정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고, 마음을 묻고 받아주려 애썼다.

엄마의 바람대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엄마의 감정도 물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내 말에 수긍하지 않는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났다. 어릴 적 나는 부모의 말이면 수긍했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의 의사를 또박또박 표현하는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났다. 감정을 표현하라고 가르치면서,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이중적인 엄마였다.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치면서 나의 감정을 돌아본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면서 나의 상처를 마주한다.

결국 아이를 키우는 일이 나를 키우는 일이란 걸 느끼고 있다.


참는 법만 배운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다짐한다.

나도 내 아이처럼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순백의 마음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