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선 조리원.
시작은 모유 수유였다.
갓 엄마가 된 나는, 호출 벨이 울릴 때마다 신생아실 앞 모유 수유실로 달려갔다.
무릎에 수유 쿠션을 올려두고, 아직 이름도 없는 아기를 기다렸다.
하나둘, 아기들이 엄마 품에 안기면 조용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엄마들은 젖을 잘 무는 아기, 유축기 없이도 모유가 펑펑 나오는 엄마를 은근히 부러워했다.
나는 유독 모유량이 적었다. 자세를 바꿔가며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는 이내 자지러지게 운다.
젖이 안 나와서 배가 고픈 걸까, 당황한 나는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다시 자세를 잡아주지만, 아기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결국 신생아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조리원에서 하루가 끝이 났다.
아직 아물지 않은 봉합 부위의 통증, 밤낮없이 울리는 호출 벨 소리, 도대체 엄마는 언제 잠을 자는 걸까?
무뎌지지 않는 통증만큼 잠이 간절하다.
조리원에서 하루는 매 순간이 전쟁이었다.
조리원 2일째
남편이 출근한 이른 아침, 엄마가 조리원에 와 필요한 물건을 챙겨주고 있었다. 나는 잠깐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갔고, 곧이어 비명을 질렀다.
“엄마!”
화들짝 놀란 엄마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변을 보려면 배에 힘을 줘야 하잖아. 그런데, 아무 힘도 안 줬는데 무언가 줄줄 흐르고 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변기 안을 본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붉게 물든 물, 멈추지 않는 출혈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엄마는 간호사를 급히 불러왔고, 곧바로 분만실로 내려갔다.
담당 선생님은 출근 전이라 당직 선생님이 먼저 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30분 후면 담당 선생님 오실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분만실 침대 위에 누워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뎠다.
9시가 되어 담당 선생님이 도착했다.
진료 결과, 봉합 부위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출혈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아기를 낳으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었다.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출혈이 멈췄다. 다시 조리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당분간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내 손으로 아이의 밥 한 번 먹이지 못한 엄마가 되었다. 호출 벨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고, 그토록 간절했던 수면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3일 후
다시 수유가 허락되던 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모유 수유실을 찾았다.
다시 아이를 품에 안자, 작고 따뜻한 존재가 나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평온함도 잠시, 아기는 젖을 물자마자 곧바로 분수처럼 토를 했다.
핏덩이를 안고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간호사 선생님은 조용히 바라봤다.
선생님의 눈빛에는 연민과 위로가 담겨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기는 내 품을 떠나 다시 신생아실로 들어갔다.
배고픈 아이의 울음을 뒤로하고 다시 조리원으로 올라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오늘도 나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엄마였다.
실수와 실패투성이었던 조리원 생활.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매일 나를 기다리는 작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엄마의 서툰 손길에도, 젖을 제대로 물리지 못한 날에도 내 품에 안기면 마치 모든 걸 용서하듯 웃어주는 아이를 보며 다짐했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엄마가 되자고.
무너지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엄마가 되어 끝까지 아이 곁을 지켜주고 싶다고.
엄마가 되는 길을 쉽지 않다. 하지만 엄마를 믿어주는 아이와 함께라면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