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끝난 모유 수유는 내게도 아이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이별은 혼란과 두려움, 죄책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내 몸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천천히 모유량을 줄여가며 단유 할 계획이었다. 급하게 젖을 끊자마자 젖몸살이 시작되었다. 단단하게 뭉친 가슴은 숨만 쉬어도 욱신거렸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계속되었다. 수유 중에도 여러 번 겪었던 증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결국 마사지를 받으며 젖을 짜내야 했고, 그렇게 ‘단유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내 몸과 싸우는 동시에 아이와의 새로운 수유 전쟁도 동시에 치러야 했다.
10개월 동안 단 한 방울의 분유 없이 100% 모유만 먹고 자란 아이는 낯선 분유의 맛을 거부했다.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고개를 돌렸고, 억지로 입에 넣으면 울음을 터뜨리다 토해냈다.
좋다는 젖병은 종류별로 다 샀다. 실리콘 젖꼭지, 엄마 젖과 유사하다는 제품들까지 하나씩 물려가며 시도했다. 그러나 아이는 단 하나도 입에 물지 않고 뱉어냈다.
매번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이려 할 때마다 실패하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나도 조금씩 지쳐갔다. 아이를 바라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거부가 반복될수록 미움과 답답함이 뒤섞여 나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화가 났다.
3일째 되는 날, 보다 못한 친정엄마가 쌀 튀밥을 한 상자 튀겨왔다.
“너도 밥 안 먹을 때 이거 먹여 키웠어. 한 번 먹여보자.”
엄마가 가져온 쌀 튀밥을 보자마자, 나는 숟가락으로 분유를 한 숟갈 떠 그 위에 쌀 튀밥 하나를 올렸다. 조심스레 아이에게 건네자 놀랍게도 아이는 입을 벌렸다.
쌀 튀밥의 바삭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분유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유 120ml를 숟가락으로 먹이기 시작했다.
젖병으로 5분이면 끝났을 분유가, 숟가락으로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걸렸다. 매번 아이가 중간에 거부하기 전에 쌀 튀밥을 올려주며, 한 입, 한 입 아이의 입으로 분유를 넣었다.
반복되는 숟가락 분유 먹이기는 고단했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분유와의 전쟁은 길고 느리게 이어졌다.
그러기를 한 달째, 아이가 분유 맛에 조금씩 적응하자, 다시 젖병을 조심스럽게 입에 갖다 댔다. 실망하기 싫어 기대감마저 버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분쯤 지나자, 아이가 두 손으로 젖병을 꼭 쥐었다. 그러고는 나와 눈을 맞추며 조금씩 젖병을 빨기 시작했다. 분유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되어 젖병 안의 분유는 모두 비워졌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과 안도, 놀라움과 눈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내 안에 얼음으로 가득했던 땅땅한 죄책감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죄책감과 분노, 눈물 속에서도 나는 계속 시도했고, 아이는 그 모든 시간을 지나 결국 내게 응답해 주었다.
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그렇게 오늘도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