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 그러나 멈추지 않는 나

by 고니비니SN

회사를 퇴사한 지 어느덧 3년.

긴 시간 집안에서 아이와 함께하던 나는, 다시 사회로 나가는 길목에 서 있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서른다섯의 나. 대학생 때 커피숍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커피를 만들고 싶었지만, 자신감이 없었던 나는 바리스타보다 서빙을 선택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마음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서른다섯의 나이에 커피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자격증도 없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걸하는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 하나 없는 나를, 누가 받아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고, 한 달 동안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 하루 4시간씩 진행된 수업에 체력이 점점 고갈됨을 느꼈지만, 오랜만에 사람들과 교우하며, 거품 낸 우유로 라떼아트를 만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내 안에 열정이 살아 있음에 감사한 하루하루였다.


오랜만에 들어간 알바몬, 알바천국 사이트에서 이력서 페이지를 다시 열어봤다. 커피와는 무관한 경력들 사이에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는 한 줄을 추가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던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몸도 아직 회복 안 됐는데 너무 서두르는 거 같아. 내가 월급이 적어서 자기가 더 서두르는 것 같은데.... 몸부터 좀 만들고, 아이도 조금 더 키우고 천천히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남편의 말은 걱정과 위로였지만, 내 마음은 갈수록 무거웠다.



이사 오기 전,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다. 나는 그때 남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내가 아르바이트해서라도 메꿀게.”

하지만 현실은 계획과 달랐다. 아이는 어린이집 대기 명단에서 계속 밀렸고, 아이와 집에 머물며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아이가 어려서 평일은 돌봄이 필요했다. 체력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주 5일 근무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주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늦은 나이, 무경력의 나를 채용해 줄 커피숍이 있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열심히 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용기를 냈다.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한 지 며칠 후, 놀랍게도 두 곳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한 곳은 체인 형식의 커피숍이었고, 다른 한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이었다. 먼저 체인점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마친 후 들은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평균 나이가 20대라는 점, 주말에는 손님이 많으므로 나이 많은 무경력자는 손이 느릴 것 같다는 판단, 결국 나는 채용되지 못했다.



3년 만에 본 면접에서 마주한 건, 사회라는 이름의 냉정한 현실이었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도 서러웠지만, 그보다 아직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나의 능력을 판단한 사장의 태도가 날 더 비참하게 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평가받는 현실 앞에 나의 용기는 서서히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실한 이유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에서 면접을 봤다. 밝은 표정의 사장님은 내게 이력서를 읽으며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중에 바리스타 자격증 있는 친구들은 몇 없어요. 그런데 세나 씨는 아르바이트하려고 자격증까지 따오셨네요. 정말 놀랐어요. 그 열정에 합격이라는 선물을 드립니다. 이번 주말부터 출근할 수 있으시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단순한 합격보다,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는 말 한마디가 고마웠다. 누군가 내 열정을, 내 시간을, 내 결심을 진심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될 줄은 몰랐다.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느려도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결국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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