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읽고 싶어서

by 다다리딩

습관이다.

아이들의 빼곡한 옷가지 사이로 읽을 책을 두 권 넣는다. 어딜가든 책을 가져간다.

아마도 한 두장 읽지도 못하고 자리 값도 못한 채 고대로 가져올 가능성이 크지만, 나에게 여백이 생긴다면 주저없이 책을 꺼내 읽을 것이다.




육아 휴직을 한 첫 해.

첫째를 하루 종일 보면서 70여권의 책을 읽었다.


휴직 2년째.

여전히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첫째와 쉼없이 놀며, 뱃속의 둘째를 보듬으며 90여권을 읽었다.


휴직 3년째.

어린이집에 적응 하느라, 동생에게 샘 내느라 뾰족해진 첫째를 안아 토닥이며, 하루하루 낯섦 속에서 무럭무럭 즐겁게 자라는 둘째를 기르며..

60여권의 책을 읽었다.


독서는


일의 공백을 채우는 시간,


하루 종일 짜증났던 마음을 풀 수 있는 실타래,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리라는 희망,


실망스런 나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는 손길.


그런 의미였다.


그저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남편이 오길 기다리고, 뭔가 평온한 시간이 오길 기다리고, 아이들이 좀더 커서 수월한 시기가 오길 기다리고...


기다림의 연속인 육아에서

내가 기다리지 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책 읽는 시간이었다. 아주 찰라의.


아이가 태어나자 그를 이해하고 싶어 육아서를 읽

었고,

아이가 말을 배우자 아름다운 단어들을 알려주고 싶어 시집을 읽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 지 흔들릴 때 위인 전을 읽었고 내 삶이 흔들릴 때 고전을 읽었다.

권태로운 일상에 새로움이 필요하면 과학 서적을 읽었고, 이도저도 귀찮으면 잡치책을 읽었다.


그렇게 활자 중독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 삶이 나아질까,

종종 드는 의문이다.

그러나 답변과 상관없이 그저 읽고 싶어진다.

그래야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지고,

생각이 좀 깊어지고

힘이 좀 난다.


지금 이순간에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들에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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