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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07. 2018

안부 인사

 사흘째 남편에게서 연락이 없다. 바빠도 별일 없다는 의미로 안부 인사는 보냈는데. 몇 번이나 메신저를 확인한다. 오늘도 연락이 없으려나보다 싶어 뒤척이며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다 새벽 3시에 정적을 점잖게 깨는 수신음, 카톡.


설핏 든 잠이 달아났다.

그는 무척 바빴노라고.

그냥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몇 번을 추궁하고서야 배에 고장이 자주 생긴다고.

이번에 파이프가 또 고장나 수리하고 왔다고.


  스텔라데이지호가 사라지기 전, 어느 항해사가 아내에게  배가 노후돼 자주 고장이 나서 걱정된다고 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불길한 생각들을  부정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남겨진 그 아내의 슬픔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가슴이 오만 생각으로 젖어온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보트 2척에 희망을 실어본다.


 수고했다며 푹 자고 내일도 무사히,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핸드폰에 찍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호가 얼마나 간절함을 담고 있는지 그를 사랑하기 전엔 미처 몰랐었다. 간절하고 간절한 그의 무사함.

 자음과 모음이 어울려 '보고 싶다'는 말이 선명히 던져졌다. 그를 만나고 참 많이 쓰게 되는 말, 보.고. 싶.다.


나는 새벽3시, 그는 밤 12시.

우리 사이의 시차. 그 물리적 거리감으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일상들. 그가 느낄 심리적 거리감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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