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사히 나에게 와서 기뻐
남편이 장기간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면회 한 번도 못했던 우리는 아이들이 아빠의 얼굴을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어색해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남편의 직업을 말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남자애들인데 아빠가 없어서 어떻게'라고 말한다.
아빠가 없다니!
그 말의 의도가 그런 말이 아니란 걸 알면서, 엄마 혼자 거의 반년 동안 남자애들 둘을 돌봐야 하는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됨에 대한 동조와 위로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괜히 서운하다.
혹시나 아이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느낄까 싶어 나는 나대로 주말이면 애들과 자연으로 뛰어다니고 최대한 몸으로 놀아주려 애쓰느라 몸살 나기 일쑤이긴 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이 자기 얼굴을 잊어버리거나 돈만 버는 아빠라고 어색해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하나를 안고 산다.
남편이 8월 18일! 드디어 휴가를 받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들떠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어 칭찬 스티커 표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아빠에게 달려가 안겼고, 그동안 아빠 얼굴이 좀 변했지만 잘 생겼다고 기분 좋은 아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피곤도 잊고 열정적으로 우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엉망이 된 집을 보며
"역시, 아빠가 있어야겠다. 엄마가 힘들지 않게 정리 싹~ 해야지!" 한다.
사실 남편이 오기 일주일 전이면 나는 정리를 하지 않는다. 정리벽이 있고 우리에게 뭔가 해주길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나의 작은 배려다. 단지 청소가 귀찮아서가 아니고!
지금 같은 시국에 남편과 내가 아이들 배를 곯리지 않고,
부모님께 용돈 드릴 월급이 나오고 있음에 감사하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집콕할 수 있음에 또 감사하다.
단순히 나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며 사는 삶, 사랑의 본질을 추구하는 삶이다. 남편과 장시간 이별이 고되지 않음도 사랑을 기반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디, 많인 사람들이 건강하게 소소한 행복과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