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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Sep 07. 2020

여전히 사랑, 그렇지만 밋밋!

7번째 결혼기념일

아이들이 자고 나니 밤 10시.

남편은 슬며시 맥주를 꺼냈다.

마른 쥐포를 찾아 구웠고,

냉동 치킨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


살쪄서 싫지만,

일단 먹도록 한다.

분위기 깨는 와이프는 되기 싫으니까!


집안에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피어오르고

맥주를 따는 순간,

시원한 맥주의 기포가 경쾌하게 올라왔다.


으아아 앙!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 없나


 코피가 난 아들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절묘한 타이밍!!!


우리는 아들 방으로 들어가 코피를 닦고 어르고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 있다가 보니 한 시간이 또 지났다.

돌아오니 김 빠진 맥주


일상은 사실 맥 빠진 맥주같이 밋밋했다.

남편과 지난 결혼을 돌이켜 보며 시시덕거렸다.

맥 빠진 맥주 맛도 뭐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스몰웨딩 한답시고 이것저것 생략했지만,

정작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다 보니 그리 싸지도 않았고,

편하지도 않았던 결혼식.


배낭여행으로 떠난 크로아티아에서 결국 몸살난 남편,

휴양지로 떠나지 않아 삐졌던 그가

마지막엔 배낭여행에 흠뻑 빠졌던 모습.


우리는 그 당시 우리가 가졌던

재미와 환희가 지속되는 결혼을 유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늘도 퇴근 후 어김없이 녹초가 되었다.


달콤한 결혼기념일의 저녁은 없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일들을 해야 했다.

아이들의 저녁 준비, 목욕, 독서 타임, 재우기, 청소.


남편은 지쳤고,

그런 남편이 참 딱해 보인다.


여전히 나는 남편을 사랑하긴 하지만

밋밋하다.

이런 밋밋한 일상에서도 사랑을 읽어내는 내가

참으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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