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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Apr 02. 2016

4월의 하루

평범한 하루에 추억이 쌓인다.

따뜻한 햇빛이 거실을 비추었다.


오늘, 295일 된 아들이 햇살이 좋은 날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 채고 거실 창가로 기어갔다.  아파트의 일층. 베란다를 확장해 베란다 창문에 기대면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말소리도 바로 보이고 들려 아들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열심히 바깥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건낸다.


 옹알옹알. 워어어. 우우워우.


우렁찬 목소리에 길 가던 소녀들이 화들짝 놀라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두리번 거리다 아들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간다. 아들은 더 적극적으로 웃음을 던지며 힘차게 이야기  건낸다.




"아이고. 아기가 우리 때문에 못 자나보다."

아파트 보도 블럭에서 탁탁탁 뭔가를 열심히 하시던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들어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데 손에 커다란 식칼이 들여 있었다.

"아니에요, 아기가 창밖 보는 것 좋아해요. 소리나니까 궁금한가 봐요."

"아이고, 우리 보고 애가 웃는다. 그렇지, 엄마랑 둘이만 있다보니 사람이 그립지. 우리 손녀도 그렇다아니가."

"그런데 손에 칼이? 뭐하고 계세요?"

"아, 우리 껌 땐다. 아이고, 사람들이 껌을 막 뱉어서, 껌이 아주 들러 붙어서 안 떨어지네. 껌 칼이 안 되서 식칼로 땐다."

갑자기 상냥해진 봄 햇살이 그녀들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두런두런 거린다. 번쩍이는 식칼에 내려 앉은 햇빛은 사납게 빛을 뿜는다.

"힘드시겠네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커피? 커피는 됐고 주실라면 시~~원한 물 한 잔 주면 좋고."

"네. 잠시만요."


엄마가 되고 늘 마음에 봄바람이 불고 꽃잎이 둥둥 떠다닌다. 덕분에 쌩쌩 찬바람 불던 어린 날의 마음에  봄이 와 낯선 이에게도 담대해진다.




베란다 철봉 사이로 물을 건내니 아주머니가 받아 시원하게 들이키신다.

"아이고, 시원하다. 복 받을겨."

물 한 잔에 과분한 덕담을 받고  아들을 일으켜 세웠다.탁탕탕. 칼소리에 맞춰 아들은 타다닥 경쾌하게 탭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집 바깥 세상에 꽃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람이 부나보다.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 창 문 가까이 놓아두었다.

꽃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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