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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27. 2021

남편이  돌아온다!

남편이 7개월 반 만에 돌아온다.


다음 주면 우리는 드디어 만날 것인데,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마 나는 남편을 보면 고개를 숙이고 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신을 돈 벌어오는 가장으로만 기억할까 봐,

긴 항해가 끝나고 돌아오는 날 아이들이 아빠를 낯설어하고 곁에 오지 않을까 봐..... 가족에게 도구로 남는 것,  그것이 가슴속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남편이 돌아온다.



7개월의 항해,


7개월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


자기가 번 돈을 가족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보내주는 것.


 남편의 직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휴가 기간 동안 산으로 들판으로 손잡고 거닐며 땅의 기운을 많이 채워줘야겠단 생각을 자주 했다.


 


코로나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고, 바쁘고 인터넷 연결도 새벽에 잘되는 상황이라 자꾸만 물리적 심리적으로 멀어지는 남편에게, 한 달에 한 번 택배를 쌌다.


배에서 제일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갈증이 많이 날 테니까 시원한 캔커피와 과일음료.


밥때를 놓치면 먹으라고 건강한 곡물로 만든 시리얼과 견과류. 봉지빵이 아닌 우리 밀로 만들었다는 스콘.

그리고 내가 읽고 마음이 동했던 책을 꼭 넣는다.

남편에게 보낼 만한 책을 읽으며 공유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친다.


마음을 다지라고 자기 계발서나 힐링 에세이를 보내는데,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나와 있는 구절엔 물결 표시를 치고 별도 마구 친다.


일상을 공유하지 못을 대신해서 책을 보내며 숱한 수다보다 더 진솔한 나의 마음이 그에게 가 닿을 거란 간절함을 담는다.



나는 일하고 아이 본다고 지쳐 늦은 밤 남편의 전화에 짜증내기도 하고, 휴직하고도 에너지가 잘 채워지지 않아  지쳐있어 통화가 원활하지 않은 남편과의 영상통화도 반기지 않음에 양해를 구하듯.


그리고 택배 박스를 테이핑 하기 전 아이들이 그린 아빠가 들어간 그림을 고이 넣어둔다. 영상통화, 위성통화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2,3초 간격으로 송수신이 늦어져 몰입도가 떨어지지만, 남편이 지친 일과를 끝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밑줄 친 책을 보고,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힘들어도 자신을 잃지 말라고 응원하고 싶어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설렘이 어느 정도 사라져, 의리로 사는 동지라고 해도...


내 인생에서 당신을 만나

더 나를 사랑하고 보듬는 성숙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담아서 택배를 보냈다.


다음 주에 남편을 데리러 인천으로 올라간다.


나는 남편을 보면


그동안 참았던 그리움과 안쓰러움과 사랑이 터져


엉엉 울지도 모르고, 아이들은 나를 놀릴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다.


내 마음을 견고히 붙잡고 있던 그리움의 둑이 '툭' 터지듯 감정이 폭발할 것 같다.


돌아올 날이 다가오니 참을 수 없게 더 보고 싶다.


남편이 오면,

아직 떨어지지 않은 담벼락의 장미를 보며, 시원한 수박 한 덩이를 또각또각 잘라 가족들과 서걱서걱 베어 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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