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Aug 04. 2021

나는 강아지를 키우면 버리지 않는 사람이 될 거야

 아들 둘의 옆집 강아지 '곶감이'에 대한 사랑이 조금 식는 듯했다. 아무리 강아지가 귀여워도 바람 한 점 없는 날, 땡볕에서 강아지똥 냄새를 맡으며 놀아주는 일은 어린 두 아들에게 쉽지 않은 일인 듯했다.


"곶감이 데려가서 키울래?"


곶감이 주인아저씨도 어느덧 아이들이 지어준 강아지 이름, '곶감이'로 그의 집 개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아이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단호히, 정중히 거절했다. 일단, 일 년을 정착하지 않고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당장 데리고 가 안아주고 키우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했다. 마땅히, 당연히.


아이들은 세상 귀여운 표정과 공언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씻기고, 밥 주고 다할게요. 용돈으로 밥도 사줄 거야. 병원도 데려가고, 우리가 부천 가면 베란다에서 키울 거야. 벼룩도 잡아주고."


그렇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의 에너지는 일단, 너희 둘을 키우는 만큼이라 책임지고 키울 수 없어. 키우다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러면 곶감이 가 너무 불쌍하잖아. 우리가 버리는 게 되니까 상처 받을 거야. 아저씨가 계속 키우게 하고 우리는 놀아주자."


지지 않고 곶감이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조르던 아이들은 뜨거운 여름날 이내 강아지 키우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경지가 되었다.


그러다, 어젯밤.

우리는 밤의 피크닉을 떠나 싸간 도시락을 먹고 낙동강 강변 바람을 한껏 맞다가 깜깜한 어둠이 완벽히 내렸을 때에야 자기 위해 집으로 차를 몰았다. 낙동강변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시내로 가는 도로로 접어 들 즈음, 도로변 수풀 속에서 갓 새끼 티를 벗은 두 마리의 강아지가 뛰쳐나왔다.


남편의 급브레이크에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강아지 두 마리는 떠돌이 개가 아니었다. 하염없이 차 라이트 너머의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정체를 한 참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강아지들은 비키지 않았고, 우리는 비상 깜빡이를 켰다. 차에서 내려 강아지를 바라봤다. 두 마리의 강아지들은 내린 나를 보자 자신들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쓸쓸히 뒤돌아섰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주인을 찾나 봐."

 아이들도 그 모습에서 강아지들의 쓸쓸함과 슬픔을 읽었나 보다.


"누가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버리는 거야? 엄마, 왜 이렇게 버린 개들이 많아? 유치원 갈 때도 버려진 개들이 나 따라와서 얼굴 확인하고 냄새 맡고 간다. 아마 집에 우리 같은 애들이 있었나 봐."


"맞아. 불쌍해."


아들 둘은 연민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엄마, 나는 절대로 절대로,  내가 키웠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안 될 거예요."


"맞아. 나도 강아지 버리는 사람 안 될 거예요."


따라쟁이 둘째가 형을 따라 다짐한다. 그 날밤, 유독 남편은 잠을 들지 못했다. 덥냐고 묻자, 남편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그 강아지들 사고나 안 났을까 모르겠다. 여기서 밤에 운전하면 그런 새끼 강아지들이 종종 있던데. 자꾸 생각나네."


먹먹한 마음이 어둠 속에서 먹지처럼 우리에게 내려앉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시골로 오고 싶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