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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31. 2016

지금 이 순간, 삶에 집중.

과연 부산은 지진이 일어날까?

 2년 전이었다. 거실에 앉아 시원한 물을 들이키는 순간,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은 것은. 20층 아파트가 꿀렁 몸을 한 번 비튼 것 같은 어지러움과 흔들림. 이내 잠잠해져 혹 찬물이 남긴 아찔함인가 싶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지진이었었다.


 부산에서 2년간 살게 되면서 나는 이 도시에서 뿌리 내리는 삶을 매순간 생각해보았다. 편리한 도심, 버스만 타면 나타나는 바다, 골목조차 아름 다운 이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어느날 부산 도시에 알 수 없는 가스냄새가 훑고 지나가고 그 원인을 알 수없다는 것에서 시작된 막연한 두려움이 '과연 이곳은 안전한 곳일까?'라는 의구심에 빠지게 했다. 사람들은 195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도 이런 전조 현상이 있었다며, 아니면 어떻게 전역에 가스 냄새가 날 수 있었겠냐며 불안해했다. 그리고 다음 날엔 울산 지역에서도 가스 냄새가, 그 다음 날에는 광안리 해변에 수십만 개미떼가 출몰해 의혹에 불안이 켜켜이 쌓여갔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정말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하지, 막연한 두려움은 생각을 구 만리까지 가게 했다.


아, 먼저 가방을 싸야겠다. 아파트가 무너지면 탈출해야지. 아니, 일단 지진나면 머리를 감싸고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여차하면 애기랑 아파트를 빠져나가며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지. 가방엔 무얼  넣지? 결혼 예물이랑, 아기 사진? 아기 담요와 옷가지, 아기 과자...그건 돈 있으면 살 수 있는 건데... 그래도 막상 일이 생기면 아기 것은 있어야해.


그러다 이런이런, 아주 원초적인 원점으로 돌아온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돈벌어 사들인 물건들이 고작 가방하나에 다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 물건 하나 사들이기 위해 노심초사, 오매불망 애쓴 시간과 마음들이 결국 아주아주 소중한 것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큰 소중한 재산은 아이라는 것. 진짜 우리가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면 진정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닌 무형의 지혜와 기억들이라는 것.


 여행다니며 사놓았던, 아껴놓았던 값비싼 차와 초콜렛을 꺼내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가진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아껴놓았던. 이제 매일매일 특별한 날로 아낌없이 더 사랑하며 살자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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