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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Aug 04. 2016

길 위의 인생, 길에는 모두가 다닐 수 있다.

공존하는 삶

아침 산책 길에 어미 두더지가 죽어 있었다.


그리고 다담날 새끼 두더지가 산책로에서 우왕좌왕 돌아다녔다. 녀석은 십센티도 안되는 화단턱 너머, 산으로 가려했지만 넘지 못하고 애쓰고 애쓰다 사람들 발길 피해 산책로 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또 며칠 동안 녀석은 아직도 산으로 가는 턱을 넘지 못한채, 산책로 시멘트 바닥을 아직도 적응 안된다는 듯 우왕좌왕 달리기 했다.

그  어미 잃은 짐승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 내 앞에 걸어가던 아저씨가 뭔가를 발로 툭쳐서 길가로 쓸어 던졌다. 아주 자연스럽게 길거리 버려진 깡통 차듯이.


불안한 마음에 달려가보니 녀석이었다.

움직임 없는 녀석은 그 다음날에도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어미의 보호 없이 혼자 남겨진 새끼는 홀로 일주일도 못  넘기고 인간들의 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채여 죽었다.

 나는 손에 묵주를 들고 오로지 자기 건강만을 위해 매일 아침 도는 그 아저씨를 노려볼 뿐이다.


길은 사람만이 다닐 수있다는 생각을 가진  같은 그 아저씨는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 걷는다.



그리고... 오후에  시를 읽다 찡 울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라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작은 생명에도 더더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부모님 집 강아지가 누이와 이별하고 홀로 남았을 때, 그리고 헤어진 누이가 입양 간 집, 큰 개에게 물려 죽었을 때 순하디 순한 강아지는 크게 멍멍 울부짖었다. 낯선 이에게도 짖지 않던 강아지인데.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고르지 않은 등어리 털을 쓰다듬으며 위로해주자 강아지는 겁 많은 눈동자로 나를 한참 응시했었다. 그리고 더이상 짖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자그맣게 탄식했다.


아, 짐승도 슬픔을 알아.

왜 사람만이  길을 걸을 수 있고,

도시에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위험하지 않은 고슴도치 정도는 길을 내주어도 되잖아.


 그렇잖아. 고슴도치가  너무 불쌍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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