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 뼘 더 자라기 위해서는

by 다다리딩

예전에 아주 우리가 꼬마였을 때, 그 애는 참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았었다. 내가 가진 것을 곧잘 빼앗고 시기했다. 자신의 엄마 힘을 빌려 빼앗아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그 애는 그런 아이었다. 늘 아줌마 치마 끝을 붙들고 나를 노려봤으며 뾰루통한 입술로 퉁명스런 말들을 내뱉어 어린 마음에도 그 애는 정말 정말 미웠었다.


좁은 시골 동네에서 그 애를 종종 마주쳤었고 소식도 곧잘 들었다. 대학도 몇 번의 재수 끝에 들어갔고 사귀는 남자들도 변변찮다는 말에 나는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 해묵은 감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먼지 쌓인 채 그대로였나보다.


우연히 그 애를 만난 건 서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느라 대합실에서 멍하니 창밖, 고향의 봄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였다. 그 애는 밝게 웃으며 안부를 전했다. 많이 달라진 모습에 잠시 당황했고 그 애의 밝은 미소에 이내 설레어 더 당혹스러웠었다.


만나지 못했던 시간들 사이,

그 애도 나도 마음이 한 뼘 자라 있었다.




돌이켜보면

마음도, 생각도 나는 그냥 자라지 않았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그런 것처럼 시야도, 아량도 넓어 부럽기도 한 사람도 간혹 있지만 평범한 나는 어떤 사건들, 특히나 마음이 괴롭거나 힘든 일들이 지나간 후에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깊은 고찰을 끝낸 후에.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아, 내가 조금 달라졌구나 라고 느낄 때가 온다.


최근 그 애의 마지막 소식은 결혼이었다.


중학생들의 퍽치기로 늦은 귀갓길에 가족들에게 곧 들어간다는 말만 남기고 쓰러진, 그 후로 근 십여 년 이상을 반신 불구로 누워 계셨던 그 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간만에 들은 소식이었다.


이제 갓 피어나는 봄 꽃 송이를 바라보며 나직히 중얼거린다.

축해해. 행복하게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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