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를 흐르는 공기 한 줌에 담긴 추억

by 다다리딩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지금은 희미해 졌지만,

그와의 추억 또한 그냥저냥 평범해지고 흐릿해졌지만,

나는 문득문득 궁금해졌다.


그에게서 났던 그 향기는 향수였을까.

다시 그 냄새를 맡는다면 나는 단박 이 향이었어, 라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나는 무엇보다 그 향기의 꼬리를 잡는다면 훅-15년 전의 그 시절로 빨려 들고 말 것이다. 그 공기 한 줌이 젊고 미숙하고 여리고 어엿뻤던 그 때의 나에 대한 미칠듯한 그리움으로 던져버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딱히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불가항력적으로 좋아하고 그의 마음에 들고 싶어 삐죽거리고 떨려서 잠 못 이루었던 그 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던 그 시절. 한 없이 초라했지만 맑고 투명했던 나. 뭔가 늘 열심히였지만 쳇바퀴 돌던 일상을 벗어날 수 없었던 그 때의 나로 돌아가 토닥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짓으로 나를 부풀려봤지만 바람에 날아오른 검은 비닐 봉지처럼 이리저리 날 뛸 뿐 뿌리 내리지 못했던 자아 정체성을 지니고 외롭게 걸었던 나.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립기는 한 그 때에 대한 미련이 그 향을 맡으면 더 생생하게 손닿을 것 같았다.


그와의 어설픈 사랑이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와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이었다. 도서관에서 통사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중 그 공간에 그의 향이 퍼졌다. 주위를 황급히 둘러 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텅 빈 도서관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 햇살이 공기의 향을 뚫고 들썩이는 나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너무 따뜻해 한 참을 울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깨었을 땐 오후 네시의 늘어진 햇살이 눈물로 울퉁부퉁해진 교재 위에 서럽게 내려 앉아 있었다.


그 때의 나로부터 7년이 지난 날 그가 새벽 핸드폰을 울렸다. 방금 수술이 끝났는데 보고 싶어 지금 너희 집 앞에 왔다고. 두 시간을 달려왔으니 잠깐 보자고. 다시 뛰는 심장을 붙잡고 나갔을 때, 그의 차량 옆 자리에 올랐을 때 그 향기는 없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차분히 내려앉았다.


잘 말린 빨래 같았던 뽀송한 그 향은 사라졌지만 그에 대한 미련도 동시에 사라졌지만,

그 향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내 마음은 남았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을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듬성듬성 그녀의 데이트를 뭉퉁거려 들을 때 내 마음은 마구 설렜다.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가 하는 사랑이 너무 기특하고 부러워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타인이 생긴 것이 다행이어서, 응원하고 응원하며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다.

향수.

그녀와 그녀의 사랑 사이에 흐르는 한 뭉텅이의 공기에 그들만의 특별한 색을 입히고 싶어서.

장거리 연애에, 힘든 일과에 문득 코 끝을 간지럽히는 그리움과 사랑스러움의 기억을 얹어주고 싶어서 말이다.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향수지만 똑같은 향은 없듯 그들의 사랑은 개괄적으로 사랑의 한 종류지만 그들이 매일 새롭게 만들 감정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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