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보리밥
보리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외할머니의 밥은 한 번씩 그립다. 지금은 편찮으셔서 밥을 하실 기운조차 없으시지만 어릴 적 나는 외할머니의 밥이 너무 좋았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따뜻한 누룽지 숭늉, 각종 나물들을 한데 비벼 먹으면 외할머니의 그 손맛이 생각난다.
조금 서둘렀던 탓에 일이 일찍 끝나 은영에게 전화를 했다. 별 약속 없으면 오늘 점심은 보리밥이 어떻겠냐는 내 전화에 은영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작업실에서 나와 은영을 픽업해 외할머니의 손맛이 나는 그 집, 강원도 보리밥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협소해서 근처 길에다 주차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 여기 보리밥 2인분요,”
주문하는 말을 듣자마자 이모님이 누룽지 숭늉을 내오신다.
따뜻한 숭늉 한 모금 들이키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따뜻하니 좋네요”
은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할 때는 점심시간 전이라 한산했는데 숭늉을 다 마셔갈 때쯤엔 손님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고 고등어조림이 나왔다. 생선조림은 비려서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 고등어조림은 맛있다.
“나물 넣고, 고추장 쪼매 넣고 된장 지진거 넣어가 비며 먹어 보이소”
이모님의 말에 나물과 고추장 약간, 된장찌개를 넣고 비볐다.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된장찌개는 된장찌개대로 맛있었다. 구수한 맛들이 서로 어우러져 외할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여기도 맛이 괜찮네.”
은영은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씹으며 말한다.
“나물무침에서 시골맛이 느껴져”
내 말에 은영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보리밥 하면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너무 좋아”
외할머니 건강이 좋아지시게 되면 또 한 번 외할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어보리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르게, 너네 외할머니 음식 정말 맛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떻셔?”
“괜찮아지셨으면 좋겠는데 나이도 있고 하셔서. 걱정이야.”
내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보리밥을 다 먹어 갈 때쯤 은영은 누룽지 숭늉을 한 그릇 더 달하고 한다.
고소한 맛이 입가심으로 좋다고 연신 마셔댄다.
양배추를 멸치 젓갈 양념에 찍어 먹고는 바로 다시마 쌈을 젓갈에 찍어 입에 넣었다. 젓갈 특유의 비릿함이 좋다. 양배추는 쌈장보다는 젓갈이 어울리는 거 같다.
양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나는 보리밥이 좋다. 따뜻한 숭늉도 구수한 된장찌개도 만족스러웠다. 언제 한번 시간이 되면 가족들과도 함께 와야지 생각했다.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좋다. 혼자 보다는 함께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