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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05. 2022

내력벽

안희연, 단어의 집 중에서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부담하는 구조체를 말한다.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에도 내력벽은 함부로 구조 변경을 하거나 허물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철거할 수 없는 벽이라는 뜻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집이라면 그 집을 짓기 위해 설계된 내력벽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부재의 기억 같은.
(안희연, 단어의 집, 한겨레출판)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작가님은 학창 시절 사귀게 된 친구들이 대부분이 편모, 편부였다고 고백한다. 꼭 그렇게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나중에라도 알고 보면 공통된 부재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고. 부재에 대한 기억이 관계를 형성하는 내력벽 같은 역할을 해서, 어떤 경우에도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 끈끈한 우정을 형성하였고 지금도 잘 유지하고 있단다. 내력벽이라는 단어로 우정이 형성되고 유지된 비결을 빗대어 풀어낸 점이 새롭다. '그냥', '어쩌다 보니' 같이 흐릿한 관계에 명확한 벽을 세워주고 집을 지어 보여주는 힘. 그것이 언어의 힘, 글쓰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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