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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07. 2022

내가 겪은 코로나 증상


증상은 단순하지 않았다. 첫날과 둘째 날은 고열, 두통, 몸살, 오한, 인후통 구토, 설사  증상이 있었다. 병원에서 지어 준 약을 먹고 계속 자다가 한 번은 몸이 타 들어갈 것처럼 뜨겁고 무거워진 채로 일어나 먹은 것을 다 토해내는  식이었다. 죽겠다는 생각조차 마비된 시간이었다. 과거에 몸살을 심하게 앓을 때와 비슷했다. 몸살이 들면 방 안의 온습도를 적당히 맞추고 하룻밤 정도 끙끙 앓으며 자고 일어나면, 땀을 한차례 쫙 쏟아내어 열이 내리고 근육통도 가셔 개운해지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희망으로 버텼다.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질 거야.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지만 근육통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코로나의 위엄인가? 앞서 경험한 지인들이 감기보다 심하지만 3~4일 앓고 나니 낫긴 하더라는 말을 미리 해 주지 않았다면 겁먹을 뻔했다. 하루 정도 몸살을 더 앓은 뒤에 온 몸을 강타한 근육통은 사라졌다. 고열도 잡혔다. 보통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 맑은 날씨가 등장하는 법인데, 몸살과 고열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도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미세한 신경통이 양쪽 옆구리, 오른쪽 무릎에서 느껴졌다. 지진박물관에서 본 지진 모형도가 떠올랐다. 진앙지 램프가 깜빡일 때마다 그 주변으로 원을 그리며 지진의 여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그것처럼 통증의 시작점이 있었고 원을 그리며 방사형으로 퍼져나갔다. 주기는 꽤 일정했다. 1, 2, 3, 숫자를 세고 의식하니 더 아픈 거 같아 약에 취해 잠을 청했다.


잠은 자도 자도 끝이 없이 계속 졸렸다. 건강할 때는 낮에 자면, 밤에 잠들기 어려웠는데, 병든 몸은 낮이고 밤이고 잠이 드는 걸 보면, 확실히 인간의 신체 치유활동에 있어 '잠'은 중요한 과정인 것 같다. 다시 한번 지인들이 해 줬던 말이 기억난다. '잘 먹고, 약 잘 챙겨 먹고 무조건 자'


비교적 잘, 충분히 수면을 취했으나, 인후통 때문에 자고 일어나 첫 번째 침을 삼킬 때는 고역이었다. 인후통은 코로나 기간 내내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였다.  입천장 안쪽 코와 연결되는 부위가 침을 삼킬 때마다 불도장을 갖다 찍는 듯 뜨겁고 쓰라렸다. 

 

그리고 당혹스러운 증상이 있었다. 이것은 선험자들이 말해주지 않은 증상 중 하나였다. 잔뇨감. 셋째 날부터인가, 화장실에 가려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소변이 잘 나오질 않았다. 허리가 묵직하게 아프고 아랫배에 미지근한 열기와 통증이 느껴졌다. 아침 첫 소변은 좀 나아졌고, 낮동안에는 증상이 그래도 좀 호전되었는데, 새벽이 되면 소변을 보기가 어려웠다. 방광염인가 하여 지켜보았는데 소변볼 때 통증이나 혈뇨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참을만한 수준이라 하루 지나고 나면 증세가 사라지길 바랬다. 몸살이 사라진 것처럼. 5일째 되는 지금은 잔뇨감에 적응이 된 것인지,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자가격리가 끝나고도 이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에 가 봐야 할 거 같다.


나흘 째부터 마른기침이 생겼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긴다. 도대체 어떤 증세까지 나타날 거니? 목구멍 조금 더 안쪽에서 간질간질하더니 기침이 몇 번 터져 나왔다. 기침으로 가려운 기관지를 좀 긁어주면 한동안 괜찮았다. 그러기를 반복. 그날은 밤새 기침을 하며 잤다.


그래도 닷새 째 되는 날 인후통이 조금 가라앉았다. 기침도 가라앉고, 열이 떨어지니까 몸도 좀 일으킬 수 있었다. 이젠 회복이 되는 걸까? 잔뇨감과 허리 통증은 여전하다. 자가격리 중이라 외출은 못하고 집안 산책을 좀 했다. 몇 걸음 걸으니까 거짓말처럼 숨이 찼다. 맙소사. 체력 저하로 힘들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이게 그건가 보다. 이 상태가 얼마나 갈까? 코로나 진짜 만만치 않은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7일간의 자가격리도 이틀 뒤면 끝인데, 회사에서 8시간을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좀 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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