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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08. 2022

순수 시간

시간을 또렷하게 그려볼 사건이 몇 되지 않아도 그 무게는 느껴진다. 이로써 시간은 '순수 시간'이 된다. '내면의 감각'을 고스란히 현재로 보여주는 게 순수 시간이다.
(장 아메리, 늙어감에 대하여, 돌베개)




격리되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일 아침 7시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잘 필요도 없다. 몸이 필요로 할 때 자고, 일어난다. 아픈 게 조금 가시고 나니 그동안 사놓고 쌓아두었던 책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저 문장, 지금 내가 경험하는 시간이 바로 그 '순수 시간'일까? 시간 감각이 점점 무뎌진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시간' 개념이 무뎌지는 것일 수도.


봉화에서 열흘만에 구조된 광부들은 그 열흘이 사흘밖에 안 되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그들을 생존으로 이끌었다. 내면의 감각이 이끄는 시간 속에서 인내와 희망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격리가 끝나면 내면의 수다를 멈추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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