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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0도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캐나다구스'

by 강센느

모든 브랜드가 그렇지만 의류 브랜드는 특히나 어떤 사람이 그 브랜드를 좋아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가 유난히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이미지가 중요한 명품 브랜드의 경우 이러한 경향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너무 어린 연령대나 사회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옷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기도 합니다.


09e380c4664c0c489a5098f7e0ab93dd_res.jpeg 조폭 스타일의 사람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인식되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브랜드 사례


그런데 이러한 부작용을 역으로 바라보면 순기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혹은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입고 다니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의류 브랜드들은 연예인에게 협찬을 하기도 하고 그들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위촉하기도 합니다.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는 이러한 협찬 전략을 브랜딩에 가장 잘 사용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캐나다구스는 오늘날 흔히 ‘명품 패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출발은 럭셔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본래 북극 탐험가, 산악 구조대 등 실제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기능성 아우터를 생산하던 전문 브랜드였습니다. 브랜드는 이를 단지 히스토리에 묻어두지 않고, 적극적인 브랜딩 자산으로 활용했습니다.


img-humanature-gp-04-top.c72e513.png 캐나다구스 구스 피플로 활동 중인 Ben Saunders(극지대 탐험가)


광고와 캠페인에서도 캐나다구스는 유명 모델보다 혹한의 현장에서 일하는 실존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험준한 설산을 오르는 구조대원, 북극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영상 감독, 혹은 영하 30도 기온에서도 야외 로케이션을 지키는 조명 기사 등 사회적으로 혹한의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착용’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단순한 겨울옷이 아닌 “생존을 위한 장비”라는 인식을 일반 대중에게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광고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그들이 캐나다구스를 입고 다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옷을 협찬하였고 그 덕분에 나중에는 극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캐나다구스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캐나다구스는 추운 곳에서 촬영하는 영화 스태프들 사이에서 '비공식 유니폼'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에게 강한 신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런 상황에서도 입는 옷이라면 나에게도 확실하겠지”라는 생각은 곧 프리미엄에 대한 심리적 수용으로 이어졌습니다. 기능성과 내구성에 대한 어필을 브랜드가 나서서 하지 않아도 극한의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증명해 주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심 없이 캐나다구스를 비싼 가격에 구매했습니다.


의류 브랜드를 브랜딩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이런 질문에 답해보세요. "우리 브랜드를 어떤 사람들이 입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그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의 옷을 입어주는 것을 가장 첫 번째 브랜딩 목표로 정해 보세요. 그렇게 우리 브랜드의 페르소나에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 옷을 입어주기 시작하면 언젠가 브랜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해상도가 짙어지게 될 테니까요. 결국 의류 브랜드의 가치는 그것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에 의해서 증명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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