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일'이 당연히 나에게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심지어 앞으로 10년, 20년도 더 살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장기적인 플랜을 짜기도 하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 누구에게도 보장된 내일은 없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확실하게 보장된 시간은 오늘, 더 정확히는 지금뿐이죠.
이와 같은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면 오늘을 좀 더 소중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장 내일 죽어도 오늘처럼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되뇌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의 주인공 조지아 버드는 비전북을 만들어서 자신이 꿈꾸는 일들을 기록해 놓을 정도로 버킷리스트가 많고 삶에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 용기는 없어서 매일 반복되는 현생을 살아갈 뿐이죠. 그녀 역시도 내일이 매일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버킷리스트를 미루는 삶에 크게 개의치 않고 매일 하루를 흘려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그녀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담보된 내일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조지아 버드는 시한부 선고를 통해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모두 쓰기로 다짐하며 최고급 호텔로 호캉스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종 분야의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지내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며 이로 인해 자존감과 자신감이 충만해집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비전북에 적어뒀던 모든 꿈들을 단시간에 이루게 되죠. 만약 그녀가 시한부 선고를 받지 않았다면 평생 이루지 못했을 일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외부 요인에 의해 삶의 유한성을 깨달은 조지아 버드와 달리 내부 요인에 의해 삶의 유한성을 스스로 만든 인물이 있습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하야마 아마리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변변한 직장도 없고, 애인에게는 버림받았으며, 못생긴 데다 73킬로그램이 넘는 외톨이인 자신의 삶을 비관하다가 자살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죽을 용기마저 내지 못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또 좌절하다가 그녀는 계속 켜뒀던 텔레비전 화면 속의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에 문득 시선을 뺏깁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서른이 되기 직전,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되는 그 멋진 순간을 맛본 뒤에 죽는 거야. 카지노에서 전부를 잃어도 상관없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승부를 펼쳐 보는 거다. 그리고 땡, 서른이 되는 날 미련 없이 목숨을 끊는다. 1년,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中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스스로 시한부로 설정하고 라스베이거스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 그녀는 갑자기 삶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을 느낍니다.
정말이지 인생의 구석구석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무모하더라도 일단 작정을 하고 나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원래의 나라면 좁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수십 채의 집을 짓고 허물며 게으른 몽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나였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몽상은 그저 몽상일 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최초로 몸을 움직였다. 발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여 본 것이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다시 불을 켜고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앞으로 1년 뒤, 인생의 정점까지 가는 동안 나의 신조처럼 지키고 싶은 한마디를 적었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中
결과적으로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고, 모아둔 돈을 모두 베팅했으나 다행히 돈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약속했던 D-Day에는 준비해 둔 수면제를 결국 먹지 않았고 D+1일부터 새 삶을 살게 되어 현재까지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내일 죽어도 오늘처럼 살 것인가?"
<라스트 홀리데이>,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삶의 유한성을 깨닫고 오늘을 소중히 보내야 한다는 것. 언제든지 삶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대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은 삶의 밀도를 올려주고 10년이 걸릴 일들을 10일로 단축시켜 버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인문학 짝짓기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2006
책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