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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06. 2020

8. 노인을 노인으로 대하는 것의 불편함

일일일생각 | '노인'에 대한 단상

one day

200306

one think

'노인'에 대한 단상

vol. 8





오늘 책을 읽다가 '노인'에 대한 편견을 산산조각 내는 글을 발견했다.


Q. 노인에 대한 편견 중 특히 바로잡고 싶은 것은 있습니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네요" 같은 가식적 접근은 삼가세요.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불행할 거라고 믿는 공중의 믿음부터 바꿔야 해요. 늙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 가는 과정이에요.

(노인 의학자 마크 E. 윌리엄스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우리는 꽤나 자주 노인에게 "젊어 보이시네요"라는 말을 한다. 그게 일종의 관용어처럼 굳어져서 때로는 노인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인사치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인은 젊어 보여야 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칭찬이 될 수도 없다. 어떻게 보면 그런 말을 건네는 의식 저변에는 노인은 이러나저러나 청년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깔려있을 수 있다.


마치 어린이들에게 "어른스럽다"라고 말할 때, 어른이 항상 어린이보다 의식이 넓다는 것을 가정하 듯이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들도 많고 청년보다 활기가 넘치고 생산적인 노인도 많다. 단순히 외관의 모습이 젊어 보인다고 다른 부분까지 뛰어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 만들어 낸 '오산'이란 말이다.


모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55년생 김칠두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얼마 안 된 탓에 국내에서는 65세 이후 직장에서 은퇴한 인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례가 흔치 않았다(사실 65세면 이제 인생 절반을 산 정도여서 은퇴라는 말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최근 박막례, 김칠두 등 흔히 '노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활발히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노인에 대한 인식은 늙어가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게 비단 사회 인식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노인들 역시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 스스로 '은퇴'라는 단어에 휘둘려 더 이상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그간 자신이 그려왔던 발자취만 답습하고 얘기하는 순간부터 '찐 노인'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마크 E. 윌리엄스는 이렇게 얘기했다.


Q. 나이 든다고 해서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중년인 저조차 젊을 때 비해 총기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요?

80세 노인 중 정상적 인지기능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어요. 만약 총기가 떨어졌다면 필시 사고가 편협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그건 습관에 매달려 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란 어제라는 틀을 이용해서 오늘의 곤경에 대처하는 방식이지요. 습관에 의지할수록 예측불허 상황에 대처하는 뇌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집니다. 과거에 매달려 자기 삶을 백미러를 통해 경험하려는 습관을 멈추세요. 총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인도 낯선 상황을 피하면 안 됩니다.


김칠두 씨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저는 행정적으로 노인일 뿐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 진짜 노인입니다."


나 역시도 사실 늙어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런 불안감은 김칠두, 박막례와 같은 청년보다 싱싱한 젊음을 지닌 노인들을 많이 못 봐왔던 탓도 있는 것 같다. 왠지 65세가 지나면 사회적으로 은퇴 선고를 받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앞으로 이런 롤모델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노인을 만났을 때 "젊어 보이세요"가 아니라 "옷을 너무 잘 입으세요", "콘텐츠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요",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세요?"와 같은 찐 칭찬이 많아지지 않을까. 나도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나이 들어감이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성장해가는 것임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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