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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07. 2020

9. 그를 '꼰대'라 부르자 그는 비로소 꼰대가 되었다

일일일생각 | 단어의 힘에 대한 단상 (언어의 상대성 이론)

one day

200307

one think

'단어의 힘'에 대한 단상

vol. 9





'언어의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실제 세계를 인지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에 기반하여 인지한다는 이론인데 예를 들면 무지개 색이 빨주노초파남보 7개 색이라고 교육받는 나라에서는 무지개를 7개의 색으로 인지하고, 3개 색으로 교육받는 나라에서는 3개의 색으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무지개는 7개, 3개가 아니라 수백 개 이상의 색으로 이뤄져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적 지식에 기반하여 상대적으로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론을 알게 된 뒤로 '언어', 정확히는 '단어'의 힘을 깨닫게 됐다. 단어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틀을 만들어준다. "꼰대"라는 단어가 생김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간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 왜 불편하게 느껴왔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게 됐고,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생김으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게 됐다.


원래 언어의 상대성 이론은 다른 언어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대성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이론이지만 사실 이러한 상대성은 같은 언어권, 더 좁혀서는 한 국가에서도 발생한다. 



매해, 아재와 비아재를 나누기 위해 등장하는 신조어 테스트가 바로 그 증거다. 1020세대는 그들이 만든 신조어를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 단어는 필연적으로 수요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그들이 어떤 것을 보고, 듣고, 즐기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신조어의 탄생이 '모국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그것이 기우라고 생각한다.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 언어도 계속해서 흘러야 썩지 않는다. 현시대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의 탄생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오히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새로운 단어의 탄생이 아니라, 그런 것들의 상대성을 외면하고 '고인 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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