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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08. 2020

10. '나태한 사람'은 의외로 바쁘다

일일일생각 | 나태함에 대한 단상

one day

200308

one think

'나태함'에 대한 단상

vol. 10





삶이 바빠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서 나태함이 몸집을 키워간다. 그것은 종종 우리의 말을 통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아 요즘 바빠서 말이야.", "피곤해서 다른 것을 할 생각이 안 들어"와 같은 말이 바로 나태함이 우리의 삶에 틈입하기 시작했다는 일종의 신호다.


바쁘다는 말은 그 표면적 의미만 봤을 때는 나태함과 상이한 개념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그 말은 나태함이 번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변명이다. 하루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당위성을 제공해주기에 이만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바쁘게 보냈잖아. 쉬어도 괜찮아." 


물론, 삶에서 휴식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휴식이 목적인 삶에는 나태함이 자리잡기 때문이다. 나태함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에 관성이 붙기 때문인데 잘 알다시피 관성이 붙은 것은 무언가 다른 작용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멈춰 있거나 계속해서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나태함의 관성은 상상 이상으로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쉬이 방향을 바꿀 수 없다. 그것은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정지 혹은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며 잠식해간다.


나태함이 잠식해가는 삶에는 다양성과 복잡성이 사라져간다. 하루가 다르게 삶의 영역이 좁아지고 카테고리가 하나씩 사라진다. 그런 와중에도 입은 쉬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요즘 바빠서 말이야.", "그럴 겨를이 없어서 말이야." 그리고 점점 생각이 사라진다(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단순한 think의 개념이 아닌 idea의 개념을 의미한다). 카테고리가 없어지니 채울 공간이 사라지고 그만큼 생각할 필요가 사라지는 게다. 그렇게 삶은 나태함의 관성에 의해 단순성의 영역으로 천천히 향해간다.


삶이 단순해진다고 하여 불행한 삶이 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 '단순해짐'이 나태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한번쯤 전환점을 만들기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혹시 요즘, 바쁘다는 얘기가 부쩍 입에서 자주 나온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 바쁨이 나태함의 바쁨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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