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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14. 2020

16. 예전엔 몰랐지만 점점 좋아지는 것들

일일일생각 | '순간'에 대한 단상

one day

200314

one think

'순간'에 대한 단상





#예전엔 몰랐지만 점점 좋아지는 것들


이른 새벽의 잔잔한 공기

내 숨소리까지 들리는 고요한 새벽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새의 지저귐 소리

3월 초순에 붉게 물든 꽃망울의 질긴 생명력

축제장에서 들리는 트로트 노래 소리

관광버스가 빼곡히 자리 잡은 축제장

바람에 살랑살랑 일렁이는 빨랫감

뒷목이 아릴 정도로 따뜻한 햇볕

시멘트를 뚫고 나온 야생화

차 안에서 발을 쭉 뻗고 단잠에 빠진 누군가의 모습

선풍기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

모기향 냄새

얼음이 가득한 컵에서 나는 소리

긴 낮잠에서 깼는데 늘어진 그림자가 방에 가득한 순간

밥이 지어질 때 밥솥에서 나는 칙칙 소리

시원한 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는 순간

비 내리는 오후의 냄새

비 내리는 날의 습기 가득한 공기

빗물을 머금어서 더 진해진 나무들의 빛깔

노을 지는 순간, 다리 위 수많은 차들

줄지어 걷는 유치원생들

소풍와서 모여 앉아있는 학생들

가방에 가득찬 김밥의 냄새

낙엽 밟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에 가지가 스치는 소리

산에 잔잔히 울려퍼지는 절의 종소리

쉬지 않고 흐르는 약수터의 물줄기

등산로 초입에 가득한 등산복 입은 사람들

방안에 고요히 퍼지는 시계 초침 소리

TV 보다 잠들었을 때의 아스라함

노랗게 물든 들녘이 바람에 휩쓸릴 때

추운 겨울, 뭉근한 등유 난로 냄새

구세군의 종소리

새벽녘의 칠흑같은 어둠, 그리고 찬 공기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

누군가 만들어 놓은 못생긴 눈사람


또 뭐가 있을까.

내가 이것들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앞으로 또 무엇을 좋아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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