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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23. 2020

25. 손 씻기를 '거부'하던 의사들

일일일생각 | 상식이 상식으로 인정받는 과정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손 씻기가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손 씻기는 대중에게, 그리고 누구보다 자주 실천해야 할 의사들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헝가리인 의사 이그나스 제멜바이스(Ignaz Philipp Semmelweis, 1818-1865)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하면서 기묘한 일을 겪게 된다. 당시 병동은 1동, 2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1동은 의대생 훈련을 위한 곳이었고, 2동은 산파 훈련을 위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동 임산부 사망률이 2동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의문이 생긴 그는 혹시 1동에서 의대생들이 시체 해부 실습을 한 다음에 바로 1동의 환자를 다루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렇게 심증만 가지고 있던 그가 확신을 가지게 된 건 1847년, 동료 의대 교수가 해부 실습을 가르치다 우연히 해부하던 학생의 칼에 찔린 뒤, 산욕열로 죽은 산부들과 동일한 증세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였다.


그 뒤로 그는 의학계에 손 씻기를 권장했는데 당시 의사들은 최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어서 “고작 손이나 씻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반응이었고 결과적으로 여전히 손을 씻지 않은 채 환자들을 진료하거나 수술했다고 한다. 그 뒤로 젬멜바이스는 그런 의사들을 두고 '살인마'라고 규탄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계속해서 수난시대를 보내다가 동료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당한 뒤 그곳에서 고통받다가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직후, 루이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하고, 조셉 리스터가 손 씻기를 포함한 수술 전 세균 절차를 마련하면서, 그때서야 손 씻기가 과학적인 방식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제멜바이스는 오늘날에는 ‘어머니들의 구세주’라는 호칭을 받으며 부다페스트 병원 앞에 동상도 세워졌다.


제멜바이스 동상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요즘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원래는 상식이 아니었던 경우도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군가가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을 했을 때 그것이 훗날에는 상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니까. 제2의 제멜바이스 사태를 만들지 않으려면 "무조건 아니다"가 아니라 "더 살펴보자"와 같이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주장을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겠다는 생각. (물론 과학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일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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