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가끔 아파요
항상 슈퍼맨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달 넘게 콧물과 기침, 설사로 고생하던 딸을 돌보면서 저는 아프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주말도 불사하고 열심히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딸을 챙겨주던 제가 아프면 저는 누가 챙겨줄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감기조차 안 걸리고 열심히 우리 가족의 슈퍼맨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다가 새벽에 깨어보니 열이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인두로 지지면 그런 느낌이 날까 싶을 정도로 후끈후끈 거리는 목은 덤이었고요. 다행히 열은 며칠 안 가 내렸고, 다른 증상도 대부분 사라진 상태입니다. 다만, 목은 나아지는듯하더니 다시 어제부터 심하게 부어서 무심코 침만 삼켜도 화들 짝 놀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변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목이 아파서 말을 되도록 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려고 해도, 어린 딸을 돌보면서 말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당장 어린이집에 하원시키러 갔을 때도 딸에게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옆에서 듣고 있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도 제 목소리만 들어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나 봅니다.
"정원아, 아빠가 목이 아야 한가 봐. 아빠 말 잘 듣고 그래야 해. 알았지?"
나름 저를 생각해 주신다고 제 딸에게 인사를 하며 건넨 말.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생각지도 않게 딸이 저를 슬그머니 바라보더니 이윽고 울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아. 아무래도 아빠가 아프다고 하는 말을 이해했나 봅니다. 이제 갓 22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곤 합니다. 펑펑 울면서 아빠에게 두 팔을 뻗어 꼭 안기는 딸을 보며 담임 선생님이 아니야. 괜찮아. 아빠 금방 나으실 거야. 라며 달래 보지만, 딸은 그저 제 가슴팍에 꼭 붙어서 제 볼을 만지작 거리며 울기를 한참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당연하지만 정말 나는 아프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그 후로 다시 아빠가 아야 하다고 말하면 그때처럼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슬그머니 저를 쳐다보면서 옆에 다가와 괜히 저를 터치하고 그러는 저희 딸입니다.
아내야 어른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이제 어린 딸마저도 제가 조금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게 되었으니, 제가 아프면 속상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딸이 아프면 아빠가 걱정하듯이 아빠가 아프면 딸이 걱정해 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건데, 마냥 어린 아기라고 모를 거라고 생각한 제 생각이 짧은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가족과 그런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많이 부족한 저를 위해 항상 건강한 슈퍼맨으로 남을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며칠 만에 결국 다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지어왔습니다. 약 먹는 아빠 모습을 보면 딸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얼른 낫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의 작은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또 흐르는 것은 너무 슬프니 말입니다.